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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의 온기

엄마 인생 겨울 편 프롤로그 - 겨울이 데려온 빛

by 치유빛 사빈 작가


뾰족한 나뭇가지가 보이는 시린 겨울이 찾아왔다. 겨울, 어느 날 ‘엄마’라고 불러주는 딸이 태어났다. 아마, 여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출산이 겨울에 찾아온 이유가 있었다.


시리고 휑한 겨울이지만, 그 이면에는 포근함과 온기가 스며들어 나는 겨울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전의 겨울은 가슴 깊숙이 시리기만 했다. 옷을 겹겹이 입어도 시린 마음과 몸은 따뜻하게 나를 품어주지 못했다.


아프고 시린 겨울은 딸이 태어나기 전까지 달래 지지 않았다. 그때 난 글을 썼다는 걸 어렴풋이 기억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짧은 글이라도 그때 그 감정을 메모에 적었다. 지금은 사라진 메모지 속 감정이지만, 그 행동만은 분명히 외로움을 떨치고 온기를 마음에 들이기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안다.


고행이 쉼 없이 찾아왔던 삶이 있었기에, 텅 비었던 마음에 딸이 곁으로 와주었다. 이제 나에게는 겨울의 온기가 스며들고 따스함이 내 주위를 감싼다. 나는 이거면 충분하다.


더는 아프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잔잔한 겨울은 나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계절이다. 집 곳곳에 온기를 덧입히는 조명 빛과 촛불의 빛 때문에 겨울이 기다려지는 나다.


모녀가 사는 집에는 쓸쓸함과 허전함이 머물지 않도록 촛불과 조명 빛이 함께 살아간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갓 지은 뜨끈한 밥 냄새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딸을 맞이한다. 엄마이기 전에 여자인 나에게 더는 힘든 시련이 없다고, 이젠 조금은 쉬어도 된다고 말하는 겨울이다.


겨울은 봄을 준비하는 계절이고, 봄을 위해 잠시 쉬어 가라고 격려하는 계절이다. 겨울은 끝이 아니라, 나에게는 다시 시작하는 계절이다.


나의 겨울이 시작되었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겨울이라 조금은 아쉬움이 남으며, 서운하고 씁쓸하지만, 다시 시작이라는 말에 나는 힘을 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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