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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가 May 22. 2017

26일

육지 손님, 그림 찾기, 돌고래 떼




오전에 손님이 오시는 날이다. 트위터로 알게 된 사진 작가님(이하 B님)인데 마침 제주에 오신다고 하여 집 구경을 시켜드리기로 했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워낙 그분 사진을 좋아해선지 몇 번 만난 것처럼 친근한 느낌이었다. 집으로 오셔서 집 구경을 천천히 했다. 당연히 사진을 찍으실 거라 생각했는데 찍지 않으셨다. 고양이들은 다들 아침 먹고 놀러나가 버려서 아쉽게도 보여드릴 수 없었다. 거실에 앉아 셋이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B님이 안 그래도 요요무문에 가고 싶었다고 하셔서 같이 가기로 했다. (나는 맨날 가고 싶음) 

유는 제주시내에 나간다고 해서 버스 정류장까지만 동행하고, 나와 B님은 요요무문으로 갔다. 이제 막 오픈한 시각인데도 카페에는 손님이 두 테이블이나 있었다. 바다뷰의 자리에 앉아 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햇볕을 잔뜩 받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 좋은 쾌적함. 카페에 밥 먹으러 들른 고양이들 구경도 하고 음악도 듣고 작가님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며 그리고 내내 바다를 보며 오전을 즐겼다. 참, 색칠공부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B님이 집까지 차로 데려다 주셨는데, 마침 비읍이가 들어와 있어서 잠깐 볼 수 있었다.  

어젯밤에 간단히 육수를 만들어 국수를 말아 먹었는데, 점심으로 남은 육수와 남은 1인분의 국수로 다시 똑같이 먹었다. 소면을 좋아하는 것 같다. 후루룩, 하는 특유의 가벼움이 좋다. 어쩐지 귀여운 구석이 있는 맛이랄까. 

오후에는 지난번에 동네 피티 선생님과 했던 품앗이 미팅의 후속으로 주제에 맞는 그림을 찾아보았다. 그림작가를 찾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 주제를 잘 표현하는 작가를 찾아야 하고, 그림의 스타일도 취향이 맞아야 하고, 무엇보다 제작물의 예산에 한계가 있으므로 보수가 협의돼야 한다. 작은 제작물일수록, 들일 수 있는 돈은 적다 보니 대부분 독립출판을 하는 분들은 가급적 외주를 쓰지 않고 스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퀄리티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의외의 독창성이 나오기도 한다. 

발목이 많이 호전된 것 같아서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러 정도는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은 목요일, 비닐 버리는 날. 집안에 쌓아 두던 비닐들을 수거해 인근 클린하우스(재활용 안내판에 이런 이름으로 적혀 있다)로 갔다. 오는 길에는 점빵에 들러 새우깡을 샀다. 요즘 과자를 못 먹었더니 갑자기 너무 먹고 싶었다. 커피도 떨어졌는데 맥심 커피믹스를 살까 하다가 안 샀다. 여긴 쉽게 올 수 있으니까 정말 믹스가 더 먹고 싶어지면 오자 하고. 집에 오니 발목이 다시 아팠다. 호전되었다는 건 그냥 느낌일 뿐이었나. 아까 낮에 같이 나가면서 유에게 "나 이제 많이 나은 것 같아!"라고 기쁘게 소리치자 옆에서 B님이 "그럴 때 무리하시면 평생 가요."라고 해주셨다. 친구도 발목을 접지른 다음 쉬이 낫지 않아 몇 년째 고생하는 걸 봤다. 음. 아직 안심하긴 이른가 보다. 이번 일요일에 유와 성산일출봉에 가기로 했는데(유만 올라가고, 나는 아래서 혼자 놀기로) 과연 버스 정류장까지 갈 수 있는 컨디션이 될까 걱정이다. 

저녁이 되어가는 즈음, 한탄할 일이 있었다. 낮에 봤던 바로 그 바다로 돌고래 떼가 지나간다는 소식. 제주에서 지내는 동안 돌고래 한번 꼭 보고 싶었는데 또 이렇게 기회를 놓치다니. 아까 바다를 보며 "운이 좋으면 여기로 지나가는 돌고래를 볼 수 있대요."라고 했는데. 나는 운이 없었어. 나는 돌고래 못 봤어, 흑흑. (탁자를 탕탕 친다)



저녁 밥 때가 되자 하나둘씩 몰려든 아이들.

새우깡에 마요네즈. 음. 맥주를 좀 사다 놔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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