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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가 May 30. 2017

37일

그래도 비관 않는 날




유는 "건강하시군요."라고 말했다. 어제 PMS 얘기를 적었는데 아침부터 월경이 시작되었다. 건강한 내 포궁. 웬만해서는 주기에 맞추어 활동을 하고 있다. 한달이 지났다.  

돌아보면 처음 이곳에 와서 며칠 동안은 집과 동네에 적응하느라 거친 나날을 보냈고, 그 다음 며칠은 아르바이트와 가져온 일거리를 급하게 처리하느라 힘들었다. 그리고 월경을 하고 그 월경이 끝날 즈음 발목을 다쳤다. 발목을 싸매고 매일 찜질을 하며 집순이 노릇을 오랫동안 하고, 이제 발목이 좀 나으려니 손을 꽤 아프게 데었다. 손이 나으려니 다시 월경이 왔다. 나는 이 섬과 안 맞는 걸까, 혹시 어떤 존재가 나를 꾸준히 싫어하는 걸까 생각하며 아픈 배를 부여잡고 누워 있었다. 몸이 쾌적한 날이 언제였는지 그 감각도 잊은 것 같다. 하지만 생리통은 곧 지나가니까 발목도 더 괜찮아질 테니까 손은 거의 다 나았으니까. 좋은 며칠을 보낼 수 있을 거야. 분명히. 

통증이 폭풍처럼 지나가고 진통제가 효과를 나타낸 오후 늦게 그동안 진행하던 작은 책의 인쇄를 정식으로 의뢰했다. 교정쇄를 두 번 냈고 여러 사람이 여러 번 교정을 보니까 문제 없이 나올 테지 생각하지만, 결과물을 받아보면 또 모르는 사고가 날 수 있다. 안심해선 안 된다. 편집자들 사이에 '오자는 인쇄기에서 자동 생성된다'는 농담도 있다.

저녁이 되자 바람도 서늘해지고 몸도 많이 나아져 집 앞 산책을 나갔다. 중간에 인쇄소와 통화하느라 조금 정신을 팔았다. 불 켜진 점빵을 지나 혹시 외출했던 유가 멀리서 걸어오진 않을까 바다쪽으로 구부렁 하니 이어져 있는 길을 걸으며 내다보았다. 한참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오려는데 건너편에서 익숙한 고양이가 다가왔다. 니은이었다. 아까 분명히 집에 있었는데? 혹시 나를 따라 나온 건가? 어제는 유의 저녁 산책을 따라나섰다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내 발치에는 비읍이도 있었다. 아이고 이 녀석들. 내가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나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왔다. 무슨 강아지마냥 산책을 따라온담. 니은이는 집안의 어르신답게 함부로 뛰는 법 없이 늘 여유 있고 우아한 발걸음으로 다닌다. 비읍이는 젊어서 그런지 발걸음이 재고 몸이 날렵하다. 낮에는 늘 시크하던 비읍이가 길에 발라당 눕고 만져주니 골골거리며 애교를 부린다. 야행성이라 그런 걸까? 저녁에 더 활발해지는 고양이들. 하지만 너희들과 저녁에 놀아주긴 힘들어. 벌레가 많이 들어오거든. 여튼 그렇게 두 녀석과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산책하는 기분, 좋은걸. 


자주 오는 길냥이 두 마리. 둘 다 자꾸 내 쪽을 보며 야옹거리는데 막상 나가면 재빨리 도망간다.


오늘의 노을


마늘 마늘


또 마늘


해가 지는 동네 길. 이 길을 따라 가면 바다가 나온다.


점빵에 불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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