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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가 May 30. 2017

36일

분리배출과 산책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고 다시 좀 누워 있었다. 몸이 붓고 찌뿌둥한 게 PMS 같다. 미리 진통제를 먹어 둔다. 예전에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병원도 많이 갔는데 이리저리 검사해 봐도 몸에 이상은 없었다. 의사가 추천해 주길, 진통제가 감각을 마비시키는 게 아니라 실제로 통증 유발 물질을 제거하니 약을 미리 먹어 보라고 했다. 그 후로 전조 증상이 있거나 월경이 시작되면 아프기 전에 바로 진통제를 먹는다. 그렇게 하면 훨씬 수월하게 보낼 수 있다.  

그동안 물병이 많이 쌓였다. 오늘은 스티로폼, 비닐, 플라스틱류를 버리는 날. 집에 있는 커다란 천가방 두 개 가득 물병을 담아 가지고 나갔다. 오늘도 해가 쨍쨍 내리쬐었다. 제주는 육지보다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이 엄격하게 운영되는 것 같다. 요일별로 배출 가능한 항목이 다르고 다들 열심히 지키고 있다. 종량제 봉투에 넣은 일반 쓰레기는 매일 버릴 수 있다. 배출 시간은 오후 3시 이후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매일 커피를 마시는데 마침 사둔 카누(인스턴트 커피)가 똑 떨어졌다. 멀리 나가기에는 부담스러워서 집앞 점빵에서 맥심 커피 믹스 노란색을 샀다. 어차피 점빵에 인스턴트 커피라고는 그 한 상자밖에 없었다. 20봉 들은 것이 5000원이었다. 편의점에서 4000원대로 봤던 기억이 난다. 점빵이니까 차비 정도 더 내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당장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집에 돌아와 상자에 쌓인 먼지를 닦고 물을 끓여 커피를 탔다. 그래도 유통기한은 2018년까지니까 안심. 






노을이 질 무렵 집 앞 산책을 나갔다. 오늘은 발목이 또 괜찮은 것 같으니까 천천히 다녀와야지. 집 뒤쪽으로 난 길은 약간의 오르막이다. 위로 위로 걷다 보면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너무 멀고 하늘과 구분이 어려워 사진에는 찍히지 않지만 내 눈으로는 분명히 보이는 푸른 바다. 바다 쪽으로 난 골목으로도 잠시 발길을 향하다가 돌아갈 길을 생각해 다시 천천히 돌아왔다. 갈 때의 하늘과 올 때의 하늘이 다르다. 이 발걸음의 하늘과 다음 발걸음의 하늘이 다르다. 노을은 시시각각 변한다. 이 아름다운 노을을 남은 기간만이라도 많이 보고 가야지. 


집 가까이 오자 지붕 위에서 놀던 니은이와 비읍이가 나를 보고 내려온다. 아는 척해주는 건가. "자네 왔는가. 어디 갔다 오나?" 정도의 느낌으로 은근히 반겨주는 고양이들. 둘이서 나를 앞서 가더니 노을을 보며 서로 애정 표현을 한다. 사이 좋게 잘 지내는구나. 고양이 방에 가서 사료를 체크하고 물을 더 부어주고 들어왔다. 모두들 좋은 저녁 보내렴. 


 




사유지인 것 같은데 저렇게 돌 테이블과 의자, 나옹선사의 시가 적힌 판자가 있었다.


귀여운 새 발자국



밭에는 여기저기 마늘


이렇게 예쁜 문살

감자꽃이라고 한다


둘이 사이 좋아


풀 뜯어먹는 니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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