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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가 Jun 09. 2017

40일

단수를 피해 우도 버스 투어



아침에 일어나 슬슬 밖에 나갈 준비를 해볼까 하는데 요란하게 마을 방송이 나왔다. 

"한동리 사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잠시 후 오전 열 시부터 오후 열두 시까지 수도 공사로 인해 물이 나오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 방송을 들은 것은 오전 9:40이었다. 아니 이렇게 촉박하게 알려주기 있습니까? 얼른 양치와 세수를 하고 유에게 바통을 넘겼다. 

물이 끊긴 이곳을 빨리 벗어나자! 싶어서 어제 사온 빵으로 대충 아침을 대신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우도에 가기로 한다. 우도는 들어오는 배 시간이 있어서 이른 시간에 가는 편이 좋다. 우리는 오후가 되어서야 우도에 도착했는데 막배 시간 조금 전에 나올 수 있었다. 우도 안에서 점심을 먹느라 조금 더 걸렸다. 

우도 안에서 다니는 데에는 여러 교통 수단이 있다. 본섬에서 타고 온 차를 그대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고 선착장에서 빌리는 오토바이나 전기차, 자전거 등도 있다. 하지만 우도 분들도 그렇고 다녀온 분들도 입을 모아 추천하는 건 버스 투어다. 우도는 길이 좁아서 버스가 다니면 다른 차가 같이 지나기가 무척 힘들다. 차 한 대만 겨우 갈 수 있는 길이 많다. 그리고 오늘 들은 말인데 우도에는 신호도 차선도 없어서 사고가 나면 보험이 전혀 안 된다고 한다. 어제도 한 명이 전기차를 타다가 어딘가에 박혔다고 하고 여튼 사고가 많이 난단다. 

나는 버스 투어를 2009년에 처음 이용했는데 그때도 좋았다. 우도의 가장 좋은 경치 네 곳을 다니는데 내렸다가 마음껏 구경을 하고 다음 차를 타도 된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기사님이 우도에 대한 설명을 계속 해주신다. 예전엔 기사님이 관광객들을 기다렸다가 출발하는 시스템이어서 한 분께 계속 다양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을 내려주고 바로 기다리는 사람들을 다시 태워 출발하니까 기사님들이 계속 바뀐다. 기사님은 계속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니까 처음부터 설명을 다시.. 승객들은 아까 들은 말을 또 듣고 또 듣게 되었다. 기사님들, 가는 장소에 따라 설명을 바꿔 주시면 안 될까요? 

들리는 말로는 우도도 많이 시끄러워졌다고 했는데 그래도 제주 본섬보다는 확실히 한산해 보였다. 관광 스팟은 예전보다 갑절은 알록달록해졌지만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보이는 집들이나 소들, 말들, 초원, 밭 등은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 중간 중간 작은 공방 같은 곳들이 보이긴 했다. 2011년에는 친구와 둘이 우도에서 하루를 묵었다. 그때는 우도에 게스트하우스가 없어서 펜션과 모텔의 중간쯤 되는 숙소에 묵었다. 방바닥이 뜨끈했던 기억이 난다.







점심으로 동안경굴 앞에서 보말칼국수와 게우밥(전복내장볶음밥)을 먹었다. 식당도 서비스도 대충대충으로 보였는데 음식 맛은 괜찮았다. 어쩌면 기대를 전혀 안 해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옆에서 땅콩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예전엔 이걸 사먹을 생각을 안 했는데.(땅콩 안 좋아함) 우도 땅콩 맛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사먹어 봤다. 과연 우도 땅콩은 더 고소한 것 같다. 우도 땅콩은 일반 땅콩보다 크기가 작고 속껍질이 얇다. 그래서 껍질째로 먹는다. 한 봉지 사갈까 했지만 작은 한 봉에 1만 원이나 해서 그만두었다. 어차피 땅콩 안 좋아하니까. 

서빈백사는 여전히 눈부셨다. 달라진 건 역시 주변의 가게들이 더 많아지고 화려해진 것. 그리고 윗부분의 모래를 검은 천으로 싸 놓았다. 서빈백사는 홍조단괴해변으로, 세계에 이런 해변은 세 곳밖에 없다고 (기사님들의 말씀. 정보 확인을 시도했으나 못 찾음.)한다. 모래가 아니라 작은 홍조류 조각이 백사장을 이루고 있다. 예전엔 '산호사 해변'으로 불렸고 모래가 아니라 산호 조각이라고 알려졌는데 최근에 홍조류로 바로잡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백사장보다 훨씬 더 흰색이어서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자외선에 약한 분들은 조심하세요. 

중간에 비양도도 잠시 다녀왔다. 비양도는 우도와 연결되어 있다. 유는 비양도에서 말을 탔고 나는 해녀탈의장 앞에서 뿔소라 껍데기를 주웠다. 한동리 바다에서 봤던 뿔소라 껍데기보다 훨씬 더 커서 뭔가 쓸모가 있을 것 같았다. 뿔소라도 한번 해녀분께 사서 먹어 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 이루었네. 




우도에서 나와 한동리로 돌아왔다. 저번에 미래책방 대표님이 한동리에서 친구분이 소품숍을 한다고 알려주셨던 게 기억나 찾아가 봤다. 이름은 '시간의 무늬'. 어느 시나 소설에서 가져온 것 같은 멋진 이름이다. 다른 정보를 찾지 않고 갔더니 문이 닫혀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외부 사진만 찍고 돌아서는데 옆 건물에서 여성분이 나오셔서 문을 열어 주셨다. 원래 6시에 문을 닫는데 내일부터 사흘간 쉬니까 지금 구경하라고 하셨다. 감사를 전하고 내부를 구경했다. 예쁜 빈티지 옷들과 어딘가 다른 나라에서 사온 장식품과 그릇, 책들이 진열돼 있었다. 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으면 더 빨리 와 볼걸. 걸어올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니. 유는 선물용으로 찻잔을 하나, 나는 세일하는 귀여운 당근 접시를 하나 샀다. 룸메가 알면 좀 혼날 것 같지만. (집 찬장이 좁아서 그릇 놓을 공간이 별로 없다.)

오래 걸어서 피곤했는데 집에 와서 바로 밥과 무나물을 만들었다. 며칠 밖에서 많이 사먹었더니 집밥을 먹고 싶었다. 따끈한 쌀밥과 소금물로 단맛을 끌어올린 무나물을 먹으니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내일은 언니들과 환송회를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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