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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ooBoo Jul 29. 2023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기에 직접 부고를 씁니다

당신은 어떤 인생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북리뷰 #001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를 읽고...


요즘 나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은 부고를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봤더라도 자세히 읽어 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부고'라는 말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옛날에는 동네에 누군가 돌아가시면 그를 알리는 부고가 꼭 작성되었다고 한다. 요새도 작성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찾지 않는 한 부고문을 볼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고(訃告) 
사람의 죽음을 알림. 또는 그런 글. "부고를 내다"로 사용함


이 글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부고 전문기자가 쓴 책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을 읽고 정리하는 글이다. 느낀 점과 배운 것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두 편에 걸쳐 작성했다. 


이번 글은 첫 번째인 책을 읽고 느낀 점인 "나"에 대한 이야기다.


옛날에는 동네에 누군가 돌아가시면 그를 알리는 부고가 꼭 작성되었다




나는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저자는 서론에서 이 책의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 이후 책에서 이어지는 모든 글들 (대부분이 저자가 작성한 혹은 누군가에 의해 작성된 부고문)을 읽을 때, 이 질문들을 기억하면서 읽기를 바란다. 수많은 부고문과 저자의 말을 읽고 나면 아래 세 가지 질문들에 대해 나는 어떤 답을 내릴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안 보더라도 한 번쯤은 꽤 오랜 시간을 내어 고민해 보면 좋을만한 질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쓰기 전에 나는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도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P. 13)

-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 그 이유는 무엇인가?
- 목표를 이루었는가?


저자인 제임스 R. 해거티는 수십 년간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글을 써왔으며 최근에는 수년간 800명이 넘는 사람들에 대한 부고문을 작성해 왔다고 한다. 저자는 위의 세 가지 질문을 더 좋은 부고문을 작성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임을 책의 전체에 걸쳐서 다른 문장으로 계속 강조한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부고를 작성하면서 저자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바로 본인, 나 자신이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누구도 내 부고를 나보다 잘 쓸 수 없다. 내 저널리즘 커리어가 다섯 살 때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나뿐인 것처럼 말이다. (P.25)


결국은 나의 부고, 즉 내가 남긴 인생의 이야기가 제대로 기록되려면 나에게 질문을 하고 내가 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수많은 부고문들을 보여주면서 좋은 부고문과 그렇지 않은 부고문을 본인만의 기준으로 알려주고 있다. 핵심은 부고문에 그 사람 인생의 이야기가 담겼느냐에 있다.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시대를 나열하는 방식 (몇 년도에는 뭘 했고, 언제는 뭘 했고 언제 죽었다...)의 부고는 안 좋은 부고문에 속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전혀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부고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신문이나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사망 공고이다.
두 번째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을 포함한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쓰는 더 길고 풍성한 인생 이야기이다. (P.31)


부고의 분량은 메모지 하나 정도일 수도 있고 소설책만큼이나 두꺼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의 부고와 내가 아는 누군가의 부고는 풍성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부고문이라는 것은 태생적으로 그 사람이 생을 마감한 뒤에야 만들어진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부고문을 작성해 줄 수 있다면 그나마 많고 깊은 내용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만 과연 얼마나 자세한 내용이 담길 수 있을지는 의문... 아니 담길 수 없을 것임을 확신한다. 결국 부고는 죽기 전의 내가 직접 작성해두어야 한다.




어떤 내용을 써야 할까


부고에는 필수적으로 넣어야 하는 몇 가지 세부 사항이 있다고 한다. 몇 가지라고 하기엔 정말 많아 보인다. 그러나 하나씩 생각해 보면 '고작 이 정도로 내 인생을 표현한다고?'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글을 쓰거나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이 모든 내용이 하나하나의 주제들이다.


정확한 출생일, 태어난 순서, 정확한 사망일, 이름에 얽힌 사연, 태어난 곳과 자란 곳, 부모님의 이름과 직업, 가족의 형태, 종교의 유무, 삶에 큰 영향을 준 요인들, 초년의 관심사와 직업, 배우자나 연인을 만나게 된 사연, 자녀의 성명과 출생일, 학업 성취, 군 복무 경험, 사회생활, 공동체 활동, 외부 활동, 취미, 수집품, 별난 생각, 불만거리, 기이한 버릇, 가장 재밌었던 추억, 사진 (P.46)


요즘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와 블로그, 유튜브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SNS에 중독되는 것이 위험하다고 하긴 하지만 조금만 잘 이용하면 최고의 인생 보관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깊은 이야기까지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기를 블로그에 쓰는 경우도 많고 브이로그(Vlog)라고 해서 일상 그 자체를 영상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책을 읽고 이 글을 쓰는 중에 내가 블로그를 써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책을 읽고 이 글을 쓰는 중에 내가 블로그를 써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만일 내 부고가 나의 삶을 어느 정도 솔직하게 표현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혹시라도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 인생 이야기를 고쳐 쓰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P.273)


세상을 바꾼 위인들과 같은 멋진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나의 부고를 누군가가 본다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가? 


독자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의 이야기는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아직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당신의 인생 이야기도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일 수 있다. 당신이 남긴 인생 이야기는 가족과 친구,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P.15)


나의 부고는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임을 지금까지 말했다. 즉 우리는 앞으로 부고에 적힐 일들을 지금부터 해나가면 된다. 부고가 작성될 미래의 어느 시점에 누군가가 지금의 나를 봤을 때, 어떤 사람으로 비칠지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무언가에 달려있다. 작가는 말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 인생 이야기를 고쳐 쓰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고쳐 쓴 인생의 이야기는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맡은 사회적인 역할 이전에 사람 그 자체로의 가치를 스스로 꼭 찾아보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너희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했는지 알지 못하지. 나를 그저 엄마나 할머니로만 알고 있지만, 엄마이기 전에 나도 한 사람이었단다." (P.217)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기에 직접 부고를 씁니다 

《당신은 어떤 인생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끝.




북리뷰 #001

책 :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

저자: 제임스 R. 해거티

옮김: 정유선 저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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