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아빠의 책 출간 도전기
아빠, 책을 써요?
어느 날 갑자기 첫 째 아이가 질문을 한다.
“아빠, 책을 써요?”
“응? 어떻게 알았어? 너 책을 쓴다는 게 뭔지 아니?”
“네, 엄마가 잘 때 좋은 책 만들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거든요.”
책 출간 제안을 받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났을 때의 이야기이다. 첫째 아이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동화책을 많이 읽어줬다. 둘째가 태어나고 시선이 분산되면서 책을 읽어 주는 시간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이는 여전히 책 읽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6살 아이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는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로부터 그 질문을 들었을 때 직감했다. 자기도 잘 모르는 개념인데 엄마의 기도를 듣고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나는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아내가 좋은 책을 위한 기도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에피소드는 책이 출간되고 아내가 이 에필로그를 읽을 때까지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 무렵의 나는 에너지가 많이 소진된 상태였다. 회사 일이 매우 바쁘고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없는 시간을 쪼개서 책을 쓴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콘텐츠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머릿속의 경험을 모두 쏟아내고 있었다. 생각을 짜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내가 기도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굉장히 큰 위로가 되었다. 동시에 전의가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날것의 데이터를 쏟아내는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글의 전체적인 구성을 정비하면서 조급함을 내려놓기로 했다. 예전에 써놓았던 글, 강의 자료, 인터뷰를 했던 내용 등 나의 흔적들을 뒤져보면서 고갈된 콘텐츠를 채워나갔다. 그렇게 한 번 물꼬를 트니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집에서 책을 집필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평일에는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을 쪼개서 글을 쓰고, 퇴근 후에는 아이들이 잠든 저녁 늦은 시간에 글을 쓰니 아내와 아이들에게 피해 주는 일이 없다. 문제는 주말이다. 평일에 목표량만큼 글을 쓰지 못하면 주말에 글을 써야 했다. 보통은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 이른 아침에 출근하듯이 혼자 거실에 나와서 글을 썼다.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늦잠이라도 잔 날에는 아이들이 깨어있는 시간에 글을 써야 했는데, 그렇게 되면 아내는 독박 육아를 하게 된다. 코로나 때문에 1년 가까이 아이들과 집에 있는 아내로서는 남편이 쉬는 주말만 기다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버리면 아내는 평일과 다름없는 독박 육아를 해야 한다. 아내는 이해한다고 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부분이다. 아이들은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아빠를 따라 한다며, 동화책을 노트북처럼 세워놓고 아빠 놀이를 한다. 그걸 보면 아이들이 귀엽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아빠의 모습이 노트북을 쳐다보며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직장인 그리고 아빠의 글쓰기는 이렇게 불편한 마음을 안고 조금씩 완성되었다.
정리하면
글쓰기는 가족의 희생과 지원에 의해 완성된다.
다만, 직장인 그리고 아빠의 글쓰기는 매우 힘들다.
책은 한 번에 나오는 게 아니라 꾸준한 글쓰기 조각 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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