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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

by 더디지만 우아하게

주일예배 광고시간에 BEDTS 2기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DTS(Discipleship Training School, 예수제자훈련학교)는 우리에게 예수전도단으로 알려진 YWAM의 훈련 프로그램으로 익히 알고 있었지만 BEDTS는 생소했다. 찾아보니 5개월 정도 전적으로 DTS 훈련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직장과 병행이 가능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정식 명칭은 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BEDTS, Eagle Discipleship Training School for Businessmen)다.


마음이 동했다. 하와이나 제주도 열방대학은 아니지만 교회에서 DTS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기회였다. 담임목사님도 하와이 DTS에서 훈련을 받으셨고 교회가 규모가 있다 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후를 모두 할애해야 하는데 11월에 서울로 복직하는 나는 금요일 참석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돌이 채 되지 않은 둘째를 데리고 긴 시간을 교회에 있을 생각을 하니 염려가 앞섰다. 그리고 내년에 있을 2주간의 전도여행도 꼭 참석해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고민 중에 아내에게 넌지시 의사를 전했지만 당시 DTS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아내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설득해 볼까 하다가도 현실을 생각해 보니 가능하지 않은 일을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이내 마음을 접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BEDTS 이야기를 꺼냈다. BEDTS 1기를 수료하고 이번 2기에 간사로 돕게 된 지인이 참여해 보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왠지 그냥 거절하기보다는 기도를 해봤으면 한다고 했다.


아내의 변화가 반가우면서도 내심 심통이 났다. 내가 처음에 말했을 때 아내가 조금 더 귀 기울여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서운함이 앞섰던 것이다. 그래서 괜히 나는 이미 마음을 정했으니 아내 혼자 기도해 보고 상의할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그런 나의 반응에도 아내는 바로 포기하지 않았고 나도 괜한 자존심에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기도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묻기 시작했다.


고민과 기도는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다. 대화를 나눈 뒤 돌아온 주일예배에서 아내와 같이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내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조금 여유를 두고 지원할 시기를 생각해 보려고 했으나 다음 날 인원이 거의 마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지원서를 제출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걸 아시는 하나님이 가장 순적한 길로 인도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BEDTS)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특별하다고 느껴질 만큼 감사했다. 3박 4일의 허니문지구 수련회를 마치고 대전으로 돌아오는 날 예수전도단 대전지부에서 인터뷰가 있었다. 아내와 나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따뜻하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한 주 뒤 존 목사님의 오리지널 디자인(Orignal Design) 기도사역을 통해 우리를 창조하신 본래의 모습에 기뻐하며 울고 웃었다. 그렇게 기도사역의 마지막 날 BEDTS가 시작되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신청했던 여름수련회, 오리지널 디자인 기도사역, 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가 하나로 이어지게 하신 하나님의 일하심에 감사한 순간이었다.


아내와 두 딸과 함께하는 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 여정의 시작이다. 간사님들의 배려로 아기독수리학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첫째, 그리고 엄마 아빠와 함께 몸이 자라듯 영도 함께 성장하게 될 둘째. 5개월의 여정을 지나 더 멋진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는 자리에서 만날 우리 가정을 소망한다. 그리고 해외출장을 다니는 아빠를 보며 매번 혼자만 비행기를 탄다고 부러워하던 첫째와 어린 둘째의 첫 해외 방문을 전도여행으로 계획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에 다시금 감탄하며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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