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3일(토) 오후 2시, BEDTS(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 2기 입학식이 있던 날이다. 날짜를 좀처럼 기록해두지 않지만 훗날 아이들이 글로나마 이 시간들을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굵게 표시를 해둔다.
BEDTS는 금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 토요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2주간의 전도여행이 있지만 5개월 동안 매주 교회에서 11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성인이 된 후 기숙사나 군생활 등 특별한 목적을 가진 합숙생활을 제외하면 누군가와 이렇게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전 세계에서 모이는 해외 DTS와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규모가 있는 교회여서 친한 지인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모르는 분들이거나 스치듯 낯만 익은 경우가 많아서 30여 명의 2기생들, 그리고 20여 명의 간사님들과 함께 울고 웃을 날들이 무척 기대가 된다.
참고로 BEDTS에서 서로의 호칭은 3가지만 존재한다. 자매님, 형제님, 그리고 간사님. 상대방을 있는 모습 그대로 가장 귀하게 대하는 예수전도단의 방식이라고 한다.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둘째를 아무도 자매님이라고 불러주지 않지만, 그리고 글을 쓰는 오늘까지 둘째를 보며 잘생겼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내가 먼저 귀히 여기는 마음을 담아 단이 자매님이라고 불러줘야겠다. 2기에 함께하고 계신 목사님과 전도사님께는 아직도 자매님, 형제님 호칭이 어색하지만 5개월이 지난 뒤에는 교회에서 목사님을 만나면 '형제님, 안녕하세요?'라고 크게 외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입학식은 긴 여정의 숨을 고르기 위해 오후 6시에 마무리되었다. 처음 만나는 어색함과는 달리 4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임산부에서 첫 돌을 지나지 않은 아이, 일흔을 지난 권사님까지 우리는 정말 다양하다. 교회에 오래 뿌리내린 분들도 있고 아내나 남편의 손에 이끌려서 오신 분들도 있다. 예수전도단 간사님들도 계시고 BEDTS 1기를 수료하고 2기 간사님으로 섬겨주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우리가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을 더 알아가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그렇기에 우리의 첫 예배는 뜨거웠고, 첫 친교는 웃음과 울음이 가득했고, 첫 학교 소개는 기대로 가득했다. 우리의 모임 장소가 새가족실인 건 그저 우연일까?
입학식을 격려해 주신 담임목사님의 말씀 한 구절을 적어두고 싶다. 하나님이 새로운 길로 우리의 인생을 인도하실 때 기존에 주어진 무언가를 멈춰 서거나 포기하게끔 하시는 경우가 있다. 그릇이 비워지지 않으면 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력질주하듯 열정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과는 달리 이미 주어진 것을 멈추거나 포기하는 과정은 느리고 때로는 막연해 보인다. 그런 순간에 가장 안전한 방법이 있다면 결정을 최대한 미루고 끝까지 기도해 보는 것이라고 하셨다. 1분 뒤에 결정해야 한다면 59초에, 한 달 뒤에 결정해야 한다면 말일 23시 59분 59초에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내 지식과 경험에 의지하지 않고 벼랑 끝에 서는 마음으로 끝까지 하나님께 기도로 매달려보는 것이다.
하나님이 내 마음에 두고 소원하게 하신 것. BEDTS(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는 단지 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시간이나 수단은 아니다. 그럼에도 입학식에서 해주신 목사님의 말씀은 오랜 고민의 분명한 하나의 단초가 되었다. 소원의 항구로 인도하시는 주님. 이 걸음을 주님과 함께하는 믿음의 항해라고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