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DTS(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의 지난 강의 주제는 중보기도와 영적전쟁이었다. 중보기도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에게는 제법 익숙한 말이지만 정작 중보기도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입학식 당시 간사님께서 앞으로 BEDTS에서 하게 될 중보기도는 기존 방식과는 다를 거라고 하시면서 그럼에도 무척 좋은 시간이 될 거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배운 중보기도는 그만큼 낯설었고 좋았다.
강사로 오신 최수영 간사님이 말씀하셨다. 기도는 눈으로 보이는 너머의 하나님을 보는 것이다. 기도는 선하신 하나님을 믿는 것이다. 기도는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기도는 하나님 편에 서는 것이다. 그래서 기도하는 삶은 기울어진 삶이다. 그렇기에 기도하지 않는 이유도 분명하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는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하나님 자체를 믿지 않거나, 하나님을 믿고자 했으니 실패했던 낙심의 경험이 있거나, 기도보다 자기의 계산이 앞서거나,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님의 뜻대로 될까 봐 기도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하나님을 믿지 못해 기도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하나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그분의 응답이 내 뜻과 다를까 봐 두려워서 기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신앙생활 열심히 하고 열방을 위해 기도하면 언젠가 아프리카 선교사로 보내시지 않을까 염려한다. 결국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딤전 2:5)
그런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말씀이 있다. 성경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가 한 분이라고 말한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누군가를 위해 중보기도를 한다고 해서 우리가 중보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내 힘으로만 기도하다 보니 넘어지기 일쑤였다. 내 감정과 기분에 좌우되는 기도가 오래 지속될 리 만무하다. 나를 위한 기도가 이 정도라면 타인을 위한 기도는 얼마나 쉽게 포기되었을까.
간사님은 중력과 부력의 비유를 들어주셨다. 모든 물체는 중력에 의해 아래로 향한다. 믿음으로 살아가고자 하지만 늘 죄에 넘어지는 우리의 모습과 같다. 새벽기도에 가겠노라 다짐하고 알람을 맞춰놔도 여지없이 늦잠을 자는 자기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부력은 모든 것을 떠오르게 한다. 성령에 의지하는 삶이 이와 같다. 내 힘으로 기도하면 며칠을 이어가기가 어렵다. 설령 성공했다 하더라도 좋은 열매를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르고 오히려 기도에 대한 오해만 강화될 수도 있다. 기도로 하나님을 더 알아가는 교제의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새벽기도 횟수를 채우며 보상만을 바란다면 치성을 드리는 종교생활과 다름이 없고 결국 낙심을 피할 길이 없다.
그래서 BEDTS에서 배운 중보기도는 성령을 의지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것으로 끝난다. 강의가 끝나고 중보기도의 대상을 정한 뒤에 우리는 기도로 성령님을 초청했다. 그리고 우리의 죄를 고백하고 하나님을 찬양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중보기도 대상을 위해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 우리가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보기도 대상에 대한 지식과 경험, 선입견 등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무엇을 기도하길 원하시는지 겸손한 자세로 묻고 기다리는 연습을 했다. 이 부분이 나에게 가장 낯설고 새로웠다. 그러면서 내가 기도의 자리에서 놓치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군가를 위해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 기도하다가 결국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제풀에 나가떨어지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부끄럽지만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기도도 마찬가지였다. 기도할 때 무언가를 계속 말해야만 한다는 생각,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쉬지 않고 뭔가를 떠들어대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하나님께 묻고 기다리고 기도하고 생각을 나누며 공동의 기도제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여전히 낯설고 쉽지 않다. 짧은 기도시간에 떠오른 성경구절이나 기도할 내용을 나누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아직 희미한 형상이나 이미지가 스쳐 지나갈 뿐이다. 하지만 하나님이 반드시 말씀하시고 내가 그것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주셔서 감사하다. 남은 BEDTS(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 훈련기간 동안 매주 함께, 그리고 소그룹별로 중보기도를 해나갈 시간들이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낯선 중보기도 방식에 하나님의 음성이 잘 들리지 않고 분별되지 않아 조급한 마음이 드는 순간에 하나님이 누군가를 위해 중보하는 마음보다 그저 내가 더 하나님의 음성을 잘 듣고자 나의 성장과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셔서 회개하며 조급함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