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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by 더디지만 우아하게

지난 입학식에 기록해두지 못한 글이 있다. 서로가 모인 첫날 소그룹 모임이 있었다. 우리는 형제 2조! 조명은 무려 BTS! 조원 한 분이 아내가 BTS인지 DTS인지 뭔지 같이 참여하자고 해서 오게 되셨다는 위트 있는 발언이 발단이 되었다. 그래도 의무부여가 필요하니 BTS의 뜻은 BEDTS 학생들(BEDTS Students)로 정했다. 간사님 3명, 형제 3명으로 구성된 BTS 형제 2조의 소그룹 모임도 무척 즐거울 것 같다.


입학식을 지나 본격적으로 시작된 BEDTS(독수리예수제자훈련학교)의 첫 강의 주제는 묵상이었다. BEDTS 기간 동안 크게 세 가지의 과제가 있다. 독후감, 묵상노트, 저널 작성이다. 특히 묵상노트는 독후감, 저널과는 달리 매일 작성해야 하고 무엇보다 신앙생활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기에 가장 먼저 묵상에 대해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처음해보는 저널(CIR, Creative Integrity Record) 작성도 인상적인데 다음에 조금 더 자세히 기록해 보려고 한다.


오늘의 강사 예수전도단의 김범중 간사님!

강의 전에 나만 아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입학식을 포함해 이제 두 번째 만나는 우리이기에 예배 중에 서로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포옹을 하며 서로를 축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리를 이동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데 새가족실 뒤쪽에 홀로 서계신 남자분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분이었는데 명찰이 없어서 아마 입학식에 참석하지 못하시고 오늘 늦게 오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다가가 손을 맞잡고 축복의 찬양을 불러드렸다. 그런데 이어서 예배가 끝나고 강사님을 소개하는데 글쎄 그분이 바로 그분이었다!


우리는 왜 묵상을 할까? 세상 사람들은 제각기 서로 다른 방법으로 무언가를 묵상한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호흡이 있는 한 우리는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자의 말대로 우리는 매일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 그런 우리가 의지를 들여 성경을 묵상을 한다. 왜 그럴까? 말씀이 곧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은 이 사실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요 1:1). 하나님이 말씀이시기에 우리는 기록된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을 알아간다.


그렇다면 성경을 관찰하는 것과 묵상하는 것의 차이는 뭘까? 이 부분에 대한 강사님의 말씀이 굉장히 명료하게 다가왔다. 성경을 10독 했다고 해서 하나님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을 종종 들어본 적이 있다. 실제로 무신론자 중에서 성경을 탐독하는 분들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읽고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모든 묵상을 오늘부터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교훈과 다짐으로 맺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핵심은 하나님이 말씀 자체라는 사실이다. 유한한 우리는 무한하신 하나님을 결코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 오직 하나님만이 스스로를 우리에게 드러내시고 말씀하실 수 있다. 우리가 연구해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기록된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스스로를 나타내시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는 말씀을 깊이 생각하며 하나님이 말씀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시는 뜻이 무엇인지 오래 기다리며 말씀 앞에 머무는 것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짧은 시간에 익숙한 구절에서 적당한 깨달음이나 적용을 찾아내던 나의 지난날의 묵상을 돌아보게 된다. 묵상을 한다고 하지만 하나님의 뜻과 인도하심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하는 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말씀으로 스스로를 드러내시는 하나님을 배우고 경험하지 못했기에 내가 만든 거짓된 하나님의 형상을 만들고 그 이름을 망령되이 불렀는지 모른다. 지난 금요철야에서 담임목사님이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 이유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자 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내 삶의 결과입니다.'


묵상을 돕는 네 가지 방법도 소개해주셨다. 관찰(반복해서 읽기)과 기억, 이해와 상상이다. 내 생각과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말씀을 반복해서 읽고 생각하면 하나님이 때로는 과거의 일을 기억나게 하시고, 때로는 이미 주신 말씀을 기억하게 하시고, 때로는 새로운 말씀을 깨닫게 하시고, 때로는 창의적으로 상상하게 하신다. 하늘의 언어는 우리가 알지 못하기에 우리의 수준에서 우리의 기억과 상상으로 이해를 도우시는 하나님이 참 따뜻하고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강의를 맺으면서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베드로를 찾아가신 장면을 생각하며 뜨겁게 기도했다. 십자가를 지시는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의 앞에 놓여있던 숯불. 예수님은 그 숯불을 들고 베드로를 찾아가 그의 수치를 덮으시고 더 깊은 은혜의 자리로 부르셨다. 우리는 우리의 매일의 묵상이 그러하길 기도했다. 묵상의 자리에서 하나님이 숯불을 들고 우리의 지난 아픔과 허물의 자리에 찾아오셔서 말씀으로 우리의 상처를 싸매시고 회복시켜 주실 것을 기대하며 함께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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