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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Aug 11. 2021

직업환경의학에서의 오진 (misdiagnosis)

주제범위 문헌고찰 (scoping review)


직업의학 논문 중 하나가 방금 전에 Journal of Occupational Medicine and Toxicology (2020 impact factor 2.646)에 accept 되었습니다. 직업의학만을 다루는 저널들은 impact factor가 높지 않고 그 수가 적어서 이 저널이 직업의학으로만 치면 5위 정도 됩니다. 그리고 open access 저널에는 처음 publish 해 보는데, article processing charge가 부과됩니다.


이 논문은 주제범위 문헌고찰 (scoping review) 이라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연구 형식으로 직업환경의학에서의 오진 (misdiagnosis)에 대해 체계적으로 그 개념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문헌으로 보고된 모든 직업환경의학에서의 오진에 대해 정리하려는 시도입니다. 지금껏 이런 시도가 없었기에 리뷰어들이 상당히 좋게 봐서 처음에는 직업의학의 더 impact factor가 높은 다른 저널에서 리비전 1라운드를 거쳐 리젝이 되었고, 이 저널로 옮겨서 같은 리뷰어가 계속 리뷰를 했습니다. (다른 저널에서 같은 리뷰어가 걸린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우선 일반의학에서의 오진 개념에 대해 다룬 문헌과 논의는 굉장히 많아서 그 개념적 framework이 어느정도 정립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역학과 독성학에 기반을 둔 직업의학과 환경의학은 진단 process의 개념적 틀도 다르고, 따라서 오진의 종류를 분류하기 위한 개념적 틀도 다릅니다. 이는 직업의학과 환경의학의 고유한 학문적 기반과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우선 직업환경의학에서의 오진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이 모든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정립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립된 개념적 틀 하에서 총 79개의 모여진 문헌을 분류하고 그 특성을 상세하게 분석하였습니다. 여기서 체계적 문헌고찰이나 메타분석으로 처음 틀을 가져갔다가, 리뷰어의 충고들을 받아들여 scoping review로 그 형식을 변경하였습니다. 처음 논의를 개진하고 그 경계를 정한다는 연구의 특성상 scoping review가 더 적합할 것 같다고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아직 국내 의학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주제범위 문헌고찰을 시행하였습니다.


결론을 이야기해보면 결국 직업의학과 환경의학은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사고 프로세스 (인지과학에서 type 2 systematic cognitive process라 불리우는 프로세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직업병과 환경병에 대한 background 지식이 중요하고, 증상이나 징후들의 특성과 진단을 내리기 위한 diagnostic clue에 대해 진료하는 의사가 폭넓게 알고 있는 것이 오진을 줄이는데 유리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지금 같은 저널에서 리뷰 중인 비치명적 직업성 손상의 보고누락 규모에 관한 original research와 맥을 같이 하는 연구로서, 직업환경의학에서의 오진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개진해보는 것이 원래 이 논문들의 목적이었습니다. 개념적 틀을 다룬 처음 부분은 아무래도 객관적 평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에 Supplementary theoretical review 형태로 이 scoping review에 첨부하였습니다. 사실 이 문서에 더 핵심적인 논의들이 많은데, 예를 들면 probability of causation과 relative risk (attributable fraction)의 차이, dose-response curve가 다양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다루었습니다. 비록 scoping review에서 다룬 결과들과 무관하다는 지적에 본문에서는 빼두었지만, 사실 이 논의들도 상세히 살펴볼 가치가 있습니다. 직업병이 의심되는 케이스에서 업무관련성에 대해 객관적인 지표를 산출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습니다. probability of causation 개념이 대중에게 더 널리 알려지는게 정확한 직업병 여부 판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논문은 리뷰어들의 코멘트처럼 직업의학과 환경의학에서의 오진에 대해 다루기 시작하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현재까지 모호한 구름 아래에서 잘 보이지 않고 뿌옇게 가려져있던 이 논의가, 이 논문을 계기로 처음으로 정식으로 학술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하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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