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카너먼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행동재무학)의 저술은 필자의 논문 '직업환경의학에서의 오진 (misdiagnosis)' 에서 Supplementary theoretical review로서 자세히 다뤘고, 국제금융학 석사과정에서도 여러 번 이름을 들어본 경제학자이다. 하지만 카너먼의 저서 (Thinking, fast and slow, 한국어 번역: 생각에 대한 생각)를 직접 본 적은 없고, 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던 도중 최근에 짬이 생겨 '도대체 카너먼의 책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주문을 해서 보았다. 느낀 것이 많아 이렇게 블로그 포스팅을 적는다.
우선 인간의 인지체계가 type 1의 즉흥적이고 신속하며 대신 부정확한 사고 과정과 type 2의 신중하고 체계적이며 분석적인 사고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세부논의가 들어간다. 책 내용 전반에 걸쳐 type 1 사고가 얼마나 부정확한지에 대해, 그리고 심정적으로 불편하더라도 type 2 사고에 기반한 깊은 분석을 바탕으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함을 이야기한다. 사실 이 내용이 필자의 최근 논문의 주된 기반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 책을 이렇게 늦게 접한 것이 아쉽다.
type 1 사고에 기반한 즉흥적, 느낌적 결정 (영어로는 'heuristics'라고 한다.)은 사실 틀릴 때가 많고, 이는 투자업계에서 광범위하게 다루어져 왔다. 행동재무학이라 불리우는 최근 각광받는 학문분야가 이 분야에 해당한다. 국제금융학 석사과정에서도 젊은 연구자들을 주축으로 이 부분을 연구하는 교수님들이 많았었다. (주로 카이스트 수학과 출신이었다.) 결론은 이런 느낌적 사고에 기반한 결정이 대부분 비합리적이고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대니얼 카너먼은 이 책에서 거의 모든 중요한 결정에서 type 2 사고 과정을 적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신임 교수를 뽑는다던지, 최고경영자가 중요한 포지션에 사람을 뽑는다던지, 중요한 투자결정을 내린다던지, 결혼할 배우자를 고른다던지, 진로를 결정한다던지, 신규 산업 진출여부를 결정한다던지 하는 경우에 모두 말이다. 이는 필자도 공감하는 부분으로 사실 우리는 type 1의 느낌적 사고에 의지해서 결정을 내려놓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찾아 결정을 정당화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type 2사고를 적용할 때보다 결과에 있어서 부정확할 경우가 많다.
필자는 블로그에 중요한 문제에 대해 글을 써보거나 하는 것이 type 2 사고 과정을 적용해보는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실제로 블로그 포스팅을 이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학문 분야에서는 체계적 문헌고찰이나 메타분석이 이 type 2 사고의 적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간혹 메타분석에서 직관적인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도출되곤 하는데 결과를 곰곰히 뜯어보다보면 결국 type 2 사고 과정을 적용한 메타분석의 결과가 더 타당할 때가 많다. type 2 사고를 더 훈련하고 연마해서 좋은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논문을 많이 쓰고, 일상의 중요한 결정마다 type 2 사고를 적용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으면 좋겠다.
블로그 글: Type 2 체계적 사고의 중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