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학 분야에는 사실 의사들이 많이 없다. (전통적인 예방의학 분야의 직업/환경의학 연구자들은 이 포스트의 논의에서 예외로 한다.) 주로 환경의학 분야는 현재까지는 의사가 아닌 보건학 연구자들이나 환경과학 연구자들이 많이 연구를 하신다. 보통 유명한 저널들의 JCR 카테고리도 'Public, environmental, and occupational health' 카테고리와 'Environmental sciences' 카테고리 두 곳에 걸쳐져있다. 일반 보건학 연구자들이나 환경과학 연구자들은 environental science 카테고리가 더 친숙할 것인데, 이 분야는 노출평가부터 시작해서 환경공학 등 환경과 연결된 과학, 공학 전반에 걸쳐 논문들을 다루고, 또 환경경제학 등 환경과 관련된 경제성 평가까지도 다룬다. 한 마디로 총체적인 환경과학을 다루고, 환경보건은 그 안에 메이저 포션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여튼 환경의학은 전통적으로 의사들보다 보건학 연구자들에 의해 발달되어 왔는데 그 이유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의학은 진료 분야가 없고 환자 진료로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환경의학은 일반적인 임상의학인 외과나 내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재활의학과 같이 환자를 직접 진료해서 수익을 올리는 영역이 아직 없다. 직업환경의학과도 주로 보건관리대행과 특수건강검진을 수행하여 임상의학에 영역이 있지만 순수 환경의학은 사실 임상 영역이 아직 없다. 그래서 내과나 소아과, 재활의학과 등 임상 각과 선생님 중 관심 있으신 연구자분들이 환경의학을 함께 다루기도 하신다.
둘째, 환경의학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사전에 쌓아야 할 전문분야가 많다. 환경의학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사실 막강한 통계학 배경이 필수적이다. 이는 환경의학의 연구방법론이 굉장히 어려운 통계방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일반적인 연구상황에서와 같이 인위적으로 환자군 대조군을 나눠서 연구할 수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즉 관찰 연구 중에서도 좀 어려운 케이스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통계 background를 가진 교수님들이 환경보건 연구자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시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님이 대표적인 분이시다.
셋째,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그간 환경의학에 별 관심이 없다가 최근 들어 관심이 급증한 것도 한 원인이다. 그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단계여서 사실상 환경의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을 필두로 해서 최근 환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ESG 열풍 (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이 불고, 무엇보다 중국이 환경의학의 큰 지지자로 등장하면서부터 상황이 굉장히 달라졌다. 특히 중국은 내부의 환경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 굉장히 적극적인데, 미세먼지와 관련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메타분석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중국 연구팀이 게제했다. 지금도 수 많은 주요한 환경보건 저널은 중국인 에디터가 치프 에디터인 경우도 많다.
임상 의사들 중 환경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그간 없다가 최근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환경의학은 의학의 중요한 한 갈래로서 지금은 주로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임상의학 교수님들에 의해 연구가 수행되고 있지만, 미래의학의 중요한 한 갈래로서, 임상 선생님들이 전반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된다. 어차피 연구는 소수의 학자가 하는 것이지만, 진료를 보는 환자에게 '최근 주요한 환경의학 이슈가 무엇무엇이 있으니 이런 것은 좀 조심하시는게 좋습니다' 하고 예방적으로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것들 말이다.
블로그 글: 의사들이 환경의학 분야에 적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