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은근히 이런 말 많이 듣게 된다. '법대로만 하면 사람이 쓰나. 적당히 상대 입장도 봐 주고, 자기가 손해도 보면서 넘어가는거지.' 필자는 사실 이 말에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가 있다. 세상이 일방적으로 사는 게 아닌 이상 전략적으로 상대의 입장도 고려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더 좋다. 그런데 말이다, 필자가 직업의학의 분야에 한 발을 담그면서 여러 케이스를 보다보니 이게 꼭 그런 것만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보자. 가진게 없고 힘이 없고 정말 지푸라기 같은 권력도 없는 사람은 굉장히 괴롭힘을 당할 확률이 높다. 이는 우리 인간 존재가 근본 마냥 착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system이다. 그 사회의 제도와 법이란 말이다. 그게 마지막 보루로서 존재하고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억울한 일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그래서 필자는 누누이 한 개인이 사회에서 살아갈 때 무엇을 믿으라고 하냐면 system을 믿으라고 하는 것이다.
직장 괴롭힘 당하다 자살한 네이버 팀장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특별근로감독, 지방노동위원회 등 이런 제도들을 알았을까? 알았다면 자살을 했을까. 근로기준법에 대해 한 번이라도 들어봤을까. 필자가 직장 괴롭힘 관련 산재신청 문건을 근로복지공단에서 2000건 넘게 검토했던 적이 있었다. 대부분은 해당 직장에서 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피해자의 대부분이었다. 물론 잘못 신청된 케이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에 기댈 수 있는 것이 바로 system이다.
이는 금융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동산, 주식 같은 시장은 국가가 여러 제도로 지켜주기 때문에 그나마 안전하다. 그런데 파생시장에 나가면 이런 보호막이 상당히 깨져있고, 심지어 코인시장은 이런 보호막 자체가 아직 없다. 다음 기사를 보면 상장폐지 직전 코인이 20-30배 폭등 널뛰기를 한다고 한다. 왜 이럴까. 상장 폐지 직전에 작전세력이 폭등시키고 위에서 소위 설거지를 하고 빠져나가는 것이다. 좀 오래된 영화지만 2009년 영화 '작전'을 보면 이런 모습이 아주 잘 묘사된다. (좀 오래된 느낌이 나는 영화이므로 재미보다는 실제 이 판이 이렇게 굴러간다는 정도만 이해하면 충분하다.)
하여튼 약간의 약점이라도 걸리면 클레임 걸고, 소송하고 이런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는 아니다. 하지만 힘과 권력이 없는 사람을 무시하고 마구 착취하고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 이런 게 미덕 있는 사회도 아니다. 필자는 차라리 불필요한 피해를 입을지언정 법과 제도가 확실하게 개인을 지켜주는 사회에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불필요한 피해를 입더라도 말이다. (실제로 입은 적도 있다.) 왜냐하면 필자도 필자의 권리가 시스템에 의해 지켜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오늘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일부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특히 중소기업 사장님들 마음을 너무 잘 안다. (주말에도 코스닥 중소기업 사장님 한 분과 만났다.) 하지만 말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제도와 법의 보호를 필요로 한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 성장의 둔화 등은 또 다른 방법으로 극복해야겠지만 말이다.
블로그 글: 법과 제도가 더 잘 정비된 system 중심의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