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는 사실 고려대의대를 졸업하고 박사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받았지만, 인하대학교병원과는 인연이 없었다. 전문의로 근무하면서 여기로 오게 된 것이다. 직업환경의학과는 사실 의과대학에서 없는 곳도 상당수 있고, 있어도 예방의학 교실의 환경파트에 소속되어서 기초의학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의과대학도 있어서 (임상과로 소속되어 있지만 실제 하는 일은 거의 연구에 가까운 곳도 많다.) 실제 임상 프랙티스까지 수행하는 직업환경의학과를 수도권에서 찾는 것은 좀 어렵다.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다.
필자가 보기에 직업환경의학과는 산업단지가 밀집되어 있고, 공대가 발달한 지역에서 발전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질병과 손상을 대상으로 하는 과이기에 그렇다. 따라서 인천의 공단지역 중심부와 인천항에 밀집해 있는 인하대는 직업환경의학과의 실제 임상 프랙티스가 발달하기엔 최적의 입지였다.
고용노동부의 직업병 안심센터 중부권역 사업은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와 연대원주 직업환경의학과가 컨소시움을 이루고, 경기 동부와 남부를 각각 한양대 구리병원과 고려대 안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나누어 담당하는데, 필자가 보기엔 수도권에서 사실상 직업환경의학 실무에 많이 관여되어 있는 병원이 망라되어 있다. 이렇게 직업환경의학과 실무 practice는 공단밀집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발달한다. 이 직업병 안심센터 사업이 매우 중요한 것은 직업병 감시 체계가 체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동되기 시작한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사실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은 이미 직업병에 대한 이런 감시 및 보고 체계가 가동되고 있고, 이 보고 체계를 기반으로 개선점을 마련하거나 여러 조치들을 취한다. 지금이라도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아마 인하대는 100년이 지나도 대한민국 직업환경의학 또는 직업환경보건계에서 비슷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이는 지리적 요건에 기반한 것으로, 사실상 수도권 직업환경의학의 실무에서 인하대의 역할 (공단밀집지역과 항만인근지역에서 직업환경의학 실무 practice)을 대신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 아마 필자가 아니어도 누군가 전문의가 와서 직업병 안심센터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조력하고, 이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 역사적 과정에 필자가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앞서 글에서 기후변화의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들로 세계 환경의학의 흐름에 기여한다고 했는데, 한국의 직업환경의학계에 대한 기여는 인하대병원에 근무하면서 직업성 질병들을 발견 및 보고하는 것으로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