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개인의 자제력을 믿지 않는다.
국가는 마약을 강력히 통제한다. 마약이 퍼질 경우 사회 전체를 좀 먹기 때문이다. 경마, 도박, 카지노 등 사행성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정부가 강력히 통제하여 카지노 같은 경우는 외국인 관광객들만을 위해 오픈하고 (정선 카지노 제외), 마찬가지로 경마, 경륜, 인터넷 도박 등도 강력히 통제한다. 마리화나 자유화도 마찬가지인 것이 마리화나 자체는 마약성 약물이 아니지만 (뇌에서 자극하는 수용체가 다르다.), 입문마약으로서 다른 마약에 손을 대도록 하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강력히 통제한다.
목돈 vs 연금의 논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분할해서 받으면 한참을 세금을 적게 내며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목돈으로 받아가려면 상당한 세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국가가 목돈으로 찾아가는 것에 부정적인 정책적 방향성을 드러낸 것이다. 재무적으로 계산해보면 같을텐데 국가는 왜 이렇게 연금형태로 받는 것에는 세제혜택을 주고 목돈으로 찾아가는 것에는 세제 혜택을 주지 않을까.
국가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제력을 믿지 않는다. 목돈으로 개인에게 돈을 줘버리면, 분명히 흥청망청 쓰거나 자제하지 못하고 부동산 투기, 주식, 도박 등으로 날려먹기 쉽상이다. 따라서 국가는 이런 연금과 같은 제도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개인이 파산하지 않도록, 건전한 경제활동을 하도록, 가정을 꾸리고 사회를 지탱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현대사회의 부동산도 마찬가지이다. 내 집 마련에 이렇게 큰 비용 (개인의 일평생 근로 소득을 거의 다 부어야)이 드는 시대는 현대사회가 유일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구조를 짜 놓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사람은 내 집이 있고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어지면 노동을 줄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굳이 힘들게 노동할 필요가 없다. 이미 내 집도 있고, 필요한 것은 거의 다 있으므로, 사회의 부지런한 구성원에서 탈피해 조금 천천히 일하고 느긋하게 살아도 된다. 이건 국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국가는 개인이 특히 젊을 때 성실히 일해서 사회를 지탱해주길 원한다. 이를 현대 사회에서 강제할 수 없고, 자발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이다. 이는 소위 우스개소리로 현대 직장인에게 우울증 치료의 특효약이라는 '금융치료'라 불리우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개인에게 떠 앉게 하는 것이다. 즉 가정을 꾸리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유도한다는 표현이 조금 부정적으로 들리는데, 사실 부정적이지 않다. 이런 구조가 짜여지지 않으면, 남미 일부 국가의 노동자들처럼 갑자기 일터에 나오지 않거나, 스케쥴을 펑크내는 일이 발생한다. 이는 인간의 본능이다.
국가는 이렇게 우리 개개인의 구성원이 사회 시스템과 혼연일체가 되어 건전하게 살고, 성실히 노동하고, 사회를 지탱하고, 연금을 붓고, 노후에 이를 찾아 쓰면서 성실히 살아가길 원한다. 그리고 이렇게 사는 사람들에게 당장은 작아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여담이지만 인센티브의 일례로 경유차와 휘발유차에 대해서 살펴보자. 필자는 5년 전부터 경유차를 정부가 단종 시키길 원할 거라고 예상했다. 왜냐하면 대기 오염 물질 배출이 휘발유차나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에 비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클린 디젤이라는 구호를 붙이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전혀 클린하지 않다. 당장 휘발유차까지 퇴출을 시키진 못하겠지만 디젤만이라도 퇴출시키면 환경을 중시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추어 갈 수 있다. 그런데 3년 전까지만 해도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에 비해 200원 가량 더 저렴했다. (지금은 반대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평균 250원 가량 더 비싸다.) 따라서 필자의 생각과 모순되는 이 현상에 대해 필자가 틀렸다고 생각하기보단 아직 시기가 무르익으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분명히 정부는 경유차에 대해 패널티를 부과할 것이다. 그리고 휘발유차와 친환경차 쪽으로 개인의 차량 구매 선택을 유도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경유의 가격은 휘발유보다 지금 높아졌다. 앞으로 이 방향으로 가격 정책은 (세제 정책은) 더 강화될 것이다.
이렇게 정부는 미세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여러가지 부문에 있어서 정책 조정을 하고, 이는 개인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를 무시하는 투자자나 개인은 머지않아 어려움을 맞닥뜨릴 것이다.)
하여튼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정부는 자제력 없는 사람이 대다수인 개인에게 목돈을 쥐어주기보다 연금 형태로 분할해서 받아가면서 성실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길 원한다. 따라서 개인들이 본인의 미래나 재무 부문에 있어서 의사 결정을 할 때에도 이 사항을 명심하면 좋다. 정부는 결코 개인이 목돈을 마구 축적하여 코인이나 주식으로 마구 불리고, 이렇게 얻어진 자본 이익을 펑펑 소비하며 살길 원하지 않는다. 정부는 성실한 사회의 구성원을 원하며, 부동산은 이 구도의 중요한 한 가지 정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 부동산이 망한다고 해도 부동산은 근본적으로 절대 망하는 자산이 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정부는 사회 구성원들이 성실하게 근로하게 만들 동기부여를 부동산으로 시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