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을 고려한 설계, 디자인, 전략
최근에 국제환경역학회 (ISEE 2022)에 다녀오면서 여러가지로 느낀 것이 많다. 너무나 생각이 많아서 좀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1. 한국은 너무나 좁은 시장이다. 한국에서만 물건을 판다? 한국 내수용 서비스를 개발한다? 다 부질없는 짓이다. 삼성처럼 글로벌 스마트폰 메이커로 스마트폰을 최고로 우수하게 만들어 대량으로 내다팔던지 아니면 현대처럼 자동차나 배를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다팔던지 해야지, 한국에서만 먹히는 제품, 서비스로 한국시장만 노리는 건 사실 외화를 벌어올 수도 없고, 세계시장에선 별 의미가 없다. 생각을 크게 해야한다. 디자인을 크게 해야 한다. 좁은 바닥에서 잘 먹혀봤자 세계시장에선 받아주지 않을 수 있다.
2. 동아시아 3국 (한국, 일본, 중국)의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너무나 좁은 땅에서 매우 비슷한 사람들끼리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넓은 땅에서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섞이면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많은 것을 서로 교류하고 배우며 사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시장도 넓어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대륙 전체에 내다파는 유럽, 미국과 달리 한국의 시장은 너무나 좁다. 그래서 그나마 우리가 접근 가능한 중국 대륙 시장에라도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시장까지 노릴 수 있다면 더 좋다.
3. 학술적으로도 마찬가지인 것이, 사실 한국 학자들의 아웃풋은 굉장히 좋다. 하지만 한국 내부에서만 그 역량을 소비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국제학회를 주도하는 학자들이 대단하긴 하지만, 한국에도 그 정도 실력의 교수들이 없느냐하면 그렇지 않다. 그런데 그 분들이 주로 한국 내에서만 활동해서 해외에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국제적으로 우리가 흐름을 주도하고 좋은 연구를 주도할 기회가 많다. 그럴 실력도 되는데, 접근성의 문제가 큰 것 같다 (영어, 지리적 접근성, 심리적 거리 등)
필자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니 연구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한국 정부와 국민들만을 상대로 연구를 수행하고 발표하고 펀딩받는 것은 명백하게 한계가 있다. 전 지구적 입장에서 생각과 행동을 디자인하고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사실 국제학회 주도하는 학자들이 아주 못 따라갈 정도로 똑똑하지 않다. 한국은 언어와 접근성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연구자에게 시장이 있다면 funding 시장이 있을 것인데, 국제적으로 funding을 받을 수 있고, 공동연구도 진행할 수 있다. 한국에서만 활동한다면 그 성장 가능성이 제한받는다. 저 넓은 세계를 두고 왜 한국에서만 몰두하고 있나. 세계로 나아가자. 사실 미국, 영국인 빼면 영어도 다들 잘 못하고, 실력도 세계 탑급이라고 해봤자 한국 최고와 비등하거나 그 차이가 크지 않다. 충분히 따라잡고도 주도할 수 있다. 스스로 한계를 긋지 말고 넓은 세계로 나아가자.
한국인 연구자에게 들은 유럽에서의 동거문화,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국민성 차이, 동아시아의 장점, 영어를 실제로 누가 잘하는가 등등 세부적으로 글을 쓸 주제가 많다. 하지만 이건 차차 각론에서 풀어가기로 하고, 오늘은 총론을 다뤄보자. 중요한 건 세계시장을 향한 시각과 디자인과 설계가 있느냐이다. 이를 고려하고 고려하지 않고가 훗날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가까이는 중국 및 아시아 시장부터 휘어잡고, 넓게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들까지 노려보자. 사실 그들이나 우리나 크게 다르지 않고, 그 쪽의 최고들이나 우리쪽 최고들이나 능력차이가 그리 큰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