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자외선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모른다.
필자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다. 따라서 다른 의사보다 자외선이 옥외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여름철 야외 근로자는 폭염에 노출되며, 이로 인한 온열질환의 위험이 매우 크다. 또 폭염은 심혈관계, 호흡기계, 당뇨 등의 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 자외선은 백내장이 발생하는 나이를 앞당기며,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화상, 피부암 등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 잘 알고 이런 노출과 그에 따른 질환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인 필자도 막상 자외선으로 인한 백내장, 피부화상, 피부암 위험에 대해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 휴가로 오키나와에 다녀온 이후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처음 도착해서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데, 햇빛을 받으니 팔의 피부가 '따가웠다.' 말 그대로 따가웠다.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무시했다. 그리고 다음날 해변에서 하루종일 수영과 파라솔 아래 앉아있는데,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수영복이 가리지 못하는 얼굴과 손, 팔, 다리 등은 심각한 화상으로 인한 통증이 지속되었다.
사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자외선의 건강위험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매일 야외 건설 근로자들의 특수건강검진을 수행하면서도 통상적으로 백내장 예방하기 위해 선글라스 끼시구요, 햇빛이 너무 쎈 시간에는 일하지 마시구요. 최대한 얼굴은 햇빛을 가리시구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지 정말로 진지하게 수검자에게 가해질 수 있는 위협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결국 내가 경험한 것은 일광화상 뿐이지만, 백내장 위험, 그리고 피부암의 위험은 결코 과소평가할 것이 아니라는 추론으로 이어진다. 특히 피부암은 결국 십년이 넘게 이렇게 자외선을 받으며 근무해야하는 옥외 근로자에게는 결국 생기고야 말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질병인 것이다. 기저세포암 basal cell carcinoma와 상피세포암 squamous cell carcinoma가 특히 위험하다. 악석 흑색종은 소아기와 청소년기의 자외선 노출과 관련이 있고, 성인기의 자외선 노출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다.
결국 자외선으로 인한 일광화상, 백내장, 더 나아가 피부암 위험을 한국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위도가 낮은 지역의 보건당국은 이미 크게 관심을 기울이고 예방을 위해 힘쓰는 질병들이다. 야외 근로자들은 자외선이 일으킬 수 있는 이런 질병들에 대해 더더욱 관심을 받을 필요가 있다.
참고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345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