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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08. 2021

사회가 이윤을 나누어주는 방식

시대에 따라 다르다.


앞선 ESG 포스팅에 이어 연달아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더 꺼내어보자. 사회가 이윤을 나누어주는 방식에 대해서 말이다. 이윤이란 것이 개별 기업이나 개인이 열심히 하면 벌리는거 아냐? 이런 미시적 이야기를 지금 하려는게 아니다. 사회 전체로 보면 어느 한 시기에 이윤이 가장 많이 남는 분야는 대체로 집중되어 있고, 시대적 변천에 따라 움직이는 양상을 보인다. 왜 그 이윤이란 것이 이동하는지, 누가 이걸 분배하는지, 그걸 분배하는 주체의 최종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한국의 산업 전체로 보면 처음에 국가가 쥐고 있었던 금융업 (은행 등)으로 인재가 몰렸고, 국가 기반 산업 (전력, 통신, 유틸리티 등)으로 인재들이 몰렸다. 60년대에는 육군사관학교가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었는데, 사회 발달이 덜 되어 있고 최고 권력을 여기 출신들이 쥐었기 때문이다. (미얀마에서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걸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아직 사회에 권력 주체랄 것이 많이 없어 일단 총을 쥐고 기본적인 질서와 규율이 있는 집단이 권력을 잡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경공업, 중화학 공업, 소비재 제조업, 첨단 제조업 및 금융업, 소프트웨어 산업 순서로 돈이 몰렸고, 시대별 인재가 이 길을 따라 모여들었다. 마지막인 지금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시대이고, 개발자들의 전성시대이다. 일단 코딩을 할 줄 아면 몸값이 오른다. 


필자가 속해있는 의료분야로 좁혀서 봐도 마찬가지이다. 60년대 사회가 셋팅되어가던 초창기에는 전통적인 메이저 과목들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가 가장 이익률이 좋았고 인재들이 몰렸다. 한 동안 이런 흐름이 지속되다가 80년대 말 올림픽과 90년대 초를 기점으로 소위 피안성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가 가장 이익률이 좋고 인재들이 몰렸으며, 2010년대 초반부터는 정재영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가 인재들을 가져갔다. 이를 추적해 보면 결국 사회의 변화 흐름이 어느 분야가 이익률이 높아지고 인재가 몰릴지를 결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어떤 장막 뒤에 있는 빅브라더가 존재해서 이런 흐름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고 유도하는 것일까? 아니라고 본다.  쑹홍빈이 화폐전쟁에서 말한 유대계 자본은 강력한 주체로 존재하겠지만, 그런 유대인들조차 히틀러에게 독일에서 대학살을 당했다. 즉 어떤 개별 주체 단독으로 이런 흐름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다. 아마 집단 지성의 형태로 권력을 가진 세계의 많은 주체들이 집단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이런 흐름과 이윤의 분포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인재의 몰림 현상도 이렇게 사회가 그 단계에 필요한 부분에 맞추어 몰려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의 이런 견해는 돈과 이윤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 속의 개별 주체 입장에서는 좀 황당할 수도 있다. 아니 나는 나의 가장 큰 이윤을 이해 오늘도 내 스스로 어느 분야에서 일할지 선택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나는 내 이익이 가장 중요한데? 필자가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가 이윤을 사회발전의 한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가 어느 정도 발달되고 성숙단계 (선진국 단계)에 접어들면, 직접세든 간접세든 세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게 되는데, 이는 사회가 이제 더 이상 경쟁을 유발하고 이윤으로 유도함으로써 어떤 산업 분야들을 발달시킬 동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 투자처에서 벌어들이는 자본이윤 만으로도 충분히 사회유지와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 나라는 서구의 몇몇 국가들 밖에 없고, 좋은 포지션을 차지하지 못한 아시아의 후발주자들은 계속 제조업 수출로 먹고 살아야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여지껏 사회입장에서 이야기했고, 이제 개인입장에서도 하나 정리해보자. 개인입장에서는 큰 이윤을 남기려면 가장 그 사회의 발전하는 분야에 가장 먼저 올라타서, 가장 탁월한 성취를 이루고 이를 자본으로 전환하는게 가장 좋은 전략이다. (중국 알리바바나 징둥닷컴의 경우, 네이버나 카카오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여의치 않다면 이미 붐이 지나간 분야에서도 비용을 줄이거나 세부시장을 과점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올리고 이윤을 짜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하림이 있다.) 어느 방식이든 좋은 방식이지만, 그 이윤을 벌어들이는 과정에서 사회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돈이 벌리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과점 시장이나 독점 시장에서 소위 땅짚고 헤엄치면서 오랜기간 이익을 내는 주체들도 곳곳에 굉장히 많이 숨어있지만, 만약 이 주체들도 드러나게 이런 짓을 하면서 사회에 피해를 끼치면 사회는 그 이익을 앗아간다. (이스타 항공의 경우) 


블로그 글: 사회가 이윤을 나누어주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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