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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08. 2021

인간 지표는 정확도가 높다

대표성 있는 표본의 추출


인간지표라는 말이 있다. 인간지표를 정의하자면 어떤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한다는 것이 전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킬 때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이제 내가 주식을 샀으니 떨어질 일만 남았네.' 는 스스로를 인간지표로 사용한 것이고, '아무개가 주식을 산 거 보니 먹을거 없다 이제.' 이건 타인을 인간 지표로 사용한 것이다. 우리는 우스개 소리로 인간지표에 관한 표현들을 이야기하지만, 이 인간지표는 얼마나 정확할까. 여기는 논문이 아니므로 데이터를 이용해 증명하진 않겠지만, 꽤나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보자. 


우리는 세상을 미시적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행위와 그에 따른 결과만 머리에 떠오르지만, 사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동일한 시공간적 환경에 놓인 개체들은 대개 유사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개개인이 한 번도 이런 인간 군집의 단체행동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자리에 가 보지 않아서 잘 알지 못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유사한 환경에 처한 개체들은 유사한 행동을 보이고, 필자가 이전 글에서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동일한 환경이 깔려있고 변하지 않는다면, 그 위에 개체들간의 상호작용은 시간이 지나도 비슷하고 반복되는 양상을 보인다. (인과의 고리는 단순하지 않다.) 구체적인 예 3가지만 들어보자.  


1. 블로그를 운영해보면 알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와 전혀 들어오지 않는 시간대는 대개 정해져있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일요일 낮까지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월요일 아침에 되면 증가한다. 이는 대부분 직장인의 근무패턴과 온라인기기 접속 시간을 반영한다.


2.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전거래라는 것이 있다. (사실 모든 금융시장에 다 있다.) 거래소가 스스로 거래해서 호가조성자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문제는 이 자전거래를 이용하면 거래소가 돈을 버는 것이 굉장히 쉽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격을 올리면 매도 포지션에서 손절 물량이 나오고 가격을 극단적으로 아래로 밀어붙이면 매수 포지션에서 손절 물량이 나온다. 이를 이용하면 거래소는 자전거래로 굉장히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3. 마케팅 용도로 사용하는 뉴스기사가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뉴스 기사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자료로서 기자가 성실히 취재해서 작성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뉴스 기사의 상당수는 마케팅이나 홍보용으로 기자가 부탁을 받고 올리거나 보도자료를 그대로 올리거나, 확실하게 팩트를 검증하지 않고 어떤 여론이나 이미지를 조성할 목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이를 본 대다수 독자는 기자가 의도한 반응을 나타낸다.


수도 없이 예를 더 들 수 있지만 예시는 여기까지만 하자. 사람은 대개 상황이 좋을 때 부리는 욕심도 비슷하고, 극단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의 공포도 비슷하기 때문에,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버블 시대에는 풀레버리지로 자산을 마구 사들이는가 하면 변동성 (vix) 지수가 40을 넘기는 극단적 하락장에서는 이른바 공포 손절 물량이 마구 나온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필자도 같은 인간이기에 이런 환경 하에서는 비슷한 판단이나 행동을 하게 된다. 아무리 위의 사실들을 인지하고 있어도 실제 그 상황이 되면 행동이 잘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극복 할 수 있을까. 


인간지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인간지표는 지금 이 환경적 시공간에서 대다수 인간들의 행동 양태를 나타내기에, 통계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인구집단에서 대표성 있는 샘플을 뽑은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인간지표를 몇 명 선정해 두면 판단이 흐릿하거나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에 그 인간지표의 행동을 관찰하면 판단에 상당히 요긴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본인은 기분 나쁠 수도 있으므로 그 본인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그 인간지표의 행동을 보면서 대다수의 행동이 이럴 것이라고 유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다수의 행동과 그에 따른 상대 주체의 반응까지 고려하여 내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너무 중요해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필자는 너무 잘 안다. 이 방법은 아주 강심장과 명석한 두뇌를 동시에 가진 사람만 쓸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머리로 알아도 주변에서 다 이렇게 행동하는데 나도 이렇게 안 하면 불안하고, 같이 동조하지 않고는 배길 방법이 없다. 이렇게 무리를 짓고 싶어하는 사회적 본능이 인간이라는 개체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어쨋든, 지금까지는 전략론의 아주 간단한 부분이고, 더 깊이 들어가면 현재 이 시공간의 변화와 그 변화의 방향까지도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가장 정확하지만 이 부분은 이 글의 요지가 아니므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루기로 한다. 


블로그 글: 인간 지표는 정확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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