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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l 05. 2021

감성적 태도는 이기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감성적 태도를 취하면 기분이 좋다. 괜시리 센치해지기도 하고, 즐겁고 발랄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감성적 태도는 복잡하고 스트레스풀한 상황에서 합리적 판단을 내리고 실천해 최종적으로 전쟁을 이기는 데에는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역사에서 하나 예를 들어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이 지휘한 됭케르크 (Dunkirk) 철수작전을 들 수 있다. 이 전투는 덩케르크라고도 번역되어 국내에 영화로 보급되었었는데, 현장에 있던 군인의 고뇌가 아닌 의사결정자로서의 처칠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려면 오히려 영화 다키스트 아워를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있지 않은 영화인데, 물리적 손실의 위험과 극도의 압박 속에서 의사결정자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 지켜볼 수 있다. 


영화에서 처칠은 미국의 아이젠하워에게 수시로 전화하고 온갖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다 동원하려 하지만 도저히 병력을 지킬 수단을 찾지 못한다. 1차대전에서 갈리폴리에 30만 영국군을 갈아넣은 처칠의 입장에서 똑같은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정말 끔직하다 못해 한 개인을 정신분열에 걸리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처칠은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안가 어민들의 배를 징발해 덩케르크 해안으로 900척 가량을 동원해 달려간다. 


필자가 감탄하는 것은 이런 극도의 압박 속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모색한 것이다. 이는 대영제국의 명운이 걸린 일이기도 하고, 처칠 개인의 성향도 한 몫 했을 것이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감성적 태도에 빠져있지 않고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이성적 해결책을 모색했다는데 있다. 일반인을 저 자리에 데려다놓았으면 어땠을까. 아마 독일군에 항복하는 조건으로 엄청나게 불리한 조약을 맺고 화평책을 모색했을 것이다. 그게 더 쉽게 스트레스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실제로 다른 적대적 관계에 있던 정치인들은 모두 엄청난 댓가를 독일에게 내주는 화평책을 주장했다. 


스트레스가 극도로 걸린 상황에서 침착한 이성적 태도를 유지하기란, 훈련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뛰어난 장군의 조건은 이런 상황에서 이성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감성적 태도로는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기엔 좋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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