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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02. 2021

투자자가 왜 철학과 인문학을 공부해?

위대한 투자자들의 인생 여정을 보면 비슷한 구간들이 반드시 있다. 그건 바로 철학이나 인문학 등의 학문을 공부하는데 인생의 몇 구간을 사용하는 것이다. 조지소로스는 대학에서 아예 철학을 전공했고 (런던정경대) 철학 논문을 쓴 것을 자기 최고의 자랑으로 아는 사람이다. OPEN SOCIETY와 대학설립에 관해서는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검색해보면 많이 나올 것이다. 워렌 버핏은 하루종일 책만 읽는 사람이다. 최근에 뉴욕주민이라는 월가의 투자업계 종사자도 대학에 가서 인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졸업논문을 썼다지. 왜 투자하는 사람이 수학이나 퀀트, 통계, 프로그래밍 언어나 배우지 왜 철학이나 인문학 같이 돈도 안되는 학문을 배울까?


필자도 한때 수학과 통계학에 빠져 투자라는게 통계학과 숫자로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 믿었던 때가 있었다. 켈리 베팅 등의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도박이론까지 공부하며 엑셀로 옵션 가격결정 모형을 이용해 테이블을 만들고 실시간 각 옵션 그릭들을 산출해가며 열심히 거래하던 때가 있었다. 근데 이 여정의 마지막에 전부 날리고 (한 마디로 도박판에서 오링되고) 인문학과 철학만 혼자 1년여 간 공부한 적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크게 3가지이다. 첫째, 투자는 우리 문명의 생존과 번영이 투영되는 장이고, 수리적 모델링을 한다고 하면, 개별 변수에 수 많은 인문학적, 사회학적 변수들이 들어간다. 둘째, 거기에 장내시장에서는 수 많은 자본들의 단기적인 속임수, 가격 만들기, 인위적인 가격 조성, 힘으로 밀어내기, 극단값으로 밀어붙여 투자자 떨궈내기 (손절 유도) 등의 행위들이 발생하며 이는 수학으로 계량하기보다는 게임이론이나 전쟁의 전략분야에 가깝다. 셋째, 원칙도 없고 단지 모니터상에서 이뤄지는 걸로 보이는 거래들을 하다보면 생기는 회의감과 의문, 원칙없음으로 인한 불안감 등의 하모니를 달래줄 어떤 원칙을 찾아해매는 과정을 뇌가 요구한다.


투자라는 행위를 가볍게가 아니라 진지하게 다루다보면 이 거래 행위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어떤 모델링을 뇌 속에서 하고 있는 것이란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 모델링의 행위가 단순히 수리적인 변수로만 이뤄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 문명의 토대와 발전 방향이 장기적으로는 어떤 연관된 자산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순간 인문학과 철학 없이는 이 모델링의 행위가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 수 많은 사회학적, 인문학적 변수들을 읽어내고 이를 내 안의 뇌의 모델링에 추가해야만 모델이 더 완벽해질 수 있다것을 직감적으로 깨닫게 된다.


둘째 이야기는 장기적으로는 위의 문명의 발전이 투영되는 것이 투자가 맞지만, 단기적으로는 이 투자 시장 (주로 장내시장)이라는 것이 수 많은 자본들이 장내로 들어와 인위적 가격 조성, 단기적 속임수, 가격 밀어붙이기 등의 방법으로 손절을 유도해 자기네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과 전쟁의 장이라는 것을 역시 직감적으로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즉 육도삼략이나 오자병법, 전쟁론 등의 병법서가 필요한 시점이 온다. 온갖 속임수가 난무하고 어떻게든 상대방의 손절을 유도해서 자기네 자본이 이득을 보게 하려는 온갖 계략이 난무하는 곳이 장내 시장이다.


셋째 이야기는 이 단순한 숫자거래에서 개인이 느끼는 회의감은 아무리 유수한 헤지펀드 매니저라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의 마법사들에 나오는 헤지펀드 매니저의 인생 여정을 상당부분 추적할 수 있다면 아마 이런 언급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이미 책에서 나온 것만 여러 구절이 언급되니까 말이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지만 여기서는 이렇게 간략한 소개까지만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각 부분에 대해 깊이있게 다뤄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블로그 글: 투자자가 왜 철학과 인문학을 공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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