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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17. 2021

투자와 도박, 사업은 같은 스펙트럼 위에 있다

투자와 도박, 사업 의사결정, 이 셋 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필자는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엄밀히 말해서 이 셋 간의 차이는 없다. 다만 (1) 확률을 계산하는 방식과 (2) 승산을 결정하는데 있어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그 외에 불확실성을 두고 베팅을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1)과 (2)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자. (1) 확률을 계산하는 방식에 있어 도박은 플레이어가 자신의 확률을 전혀 계산하지 못하거나, 실제 진실과 다르게 계산을 하고 있다. 도박장에서는 무조건 딜러가 가져간다. 상대도 주최측에서 이미 준비한 타짜들이다. 설령 당신이 어리숙한 상대에게 돈을 따고 나는 타짜라고 착각하면서 도박장을 나가는데, 나가다가 부딪치는 행인 1, 행인 2, 행인 3 모두 다 주최측이 준비해 놓은 방해물이다. 그리고 당신은 덩치큰 어깨에게 붙잡혀서 다시 도박장으로 끌려들어온다. 혹은 어리숙한 상대에게 돈을 신나게 따면서 당신이 타짜라고 착각하는데, 사실은 주최측이 당신의 판돈을 올리기 위해 붙여놓은 미끼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전부 그런식이라는 거다. 당신이 확률을 틀리게 계산하도록, 도박장 주최측은 정말 신경을 쓴다. 경마장에는 소리지르는 바람잡이를 배치하고 그런 식이다. 


사업 의사결정과 투자에 있어서는 확률 계산에 있어 도박처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상대는 없고, 조금 더 객관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불확실성은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장내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경우는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상대가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이전 블로그 글 (국제 금융시장의 진실: 합리적 추론)에서 이미 이야기했다. 


(2)의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정도에 있어서 도박은 전혀 개입하지 못한다. 카지노에서 나의 승리 확률은 이미 카지노 측에 의해 근소하게 불리하게 정해져있고, 카지노는 근소하게 유리하도록 정해져있다. 플레이를 반복하면 100퍼센트 나의 패배다.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사업 의사결정은 조금 나은 것이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약간 있다. 이것도 큰 흐름을 잘못타면 망하는 건 비슷하지만 그래도 경영자가 비용절감, 사업개선, 신사업모색, 전략수정 등 여러가지로 해볼 수 있는 것들이 좀 있다. 투자의 경우는 (장내 금융시장) 즉시 투자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정도가 더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사업처럼 내가 주도적으로 나의 자본덩어리를 이끌어 갈 순 없다. 자본의 흐름은 market이 결정한다. 


결국 투자와 도박의 차이는 이 (1)과 (2)의 정도에 있으며, 불확실성을 앞에 두고 베팅을 한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따라서 투자는 건전하고 도박은 불건전하다는 식의 명제는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도박, 사업, 투자는 동일한 선 상의 스펙트럼으로 존재하며, 확률 계산 방식과 주체의 개입 정도에 있어 다를 뿐이다. 이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블로그 글: 투자와 도박, 사업은 같은 스펙트럼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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