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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16. 2021

구조적 유리함과 불리함 (1편)

추후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오늘은 간단하게만 다뤄보자. 세상을 살다보면 어떤 지점에서 어떤 트랙을 탔는데 정말 운이 이렇게 안 풀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일이 안 될 때가 있고, 어떤 때에는 이게 어떻게 된건가 싶을 정도로 순풍을 타고 운이 연달아 잘 풀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환경보건학자로서 설명하자면, 그 사람이 좋은 판 위에 올라탄 경우와 나쁜 판 위에 올라탄 경우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좋은 판 위에 타면 환경이 좋기 때문에 본인이 약간만 노력해도 뒷패가 붙으면서 일이 잘 풀리지만, 나쁜 판 위에 올라탄 경우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나쁜 판 위에서 달리면서 상황이 좋아질거라고 해봤자 사실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다. 


필자는 좋은 판의 대표적인 예로 카지노의 딜러, 자본주의의 은행, 재보험사 (보험사들의 보험사)를 꼽는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카지노의 딜러는 자신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고 확률적 우위로 손님들에게서 판돈을 쓸어모으고, 자본주의 은행도 마찬가지로 지급준비율 5-10% 남짓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반복적으로 대출-예금-대출-예금 싸이클을 굴려서 어마어마한 레버리지를 갖다쓰면서 고도의 신용평가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그러고도 정작 시스템 자체가 망가져서 큰 손해가 나거나 (ex. 서브프라임 사태) 하면 국가가 나서서 구제를 해 준다. (구제할 수 밖에 없다. 시스템이 망가지면 모두 망한다.) 재보험사는 어떤가. 재보험사가 망하면 현대 문명이 통채로 망하므로, 여러 국가에서 나서서 재보험사가 절대 망하지 않게 구조를 짠다. 심지어 계약서 약관에 따라 엄청난 자연재해가 일어나서 재보험사가 파산 지경에 이르러도 국가들이 개입하여 이미 쓰여진 계약조건을 바꿔낼지언정 절대 재보험사는 망하지 않게 만든다.


이렇게 유리한 확률적 우위를 잡고 이쪽의 리스크를 저쪽으로 넘기고 저쪽의 리스크를 이쪽으로 넘기며 본인은 하나도 리스크를 지지 않는다. 오히려 확률적 우위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판을 벌려 돈을 따낸다. (카지노 딜러, 은행, 보험 모두 마찬가지다.) 이게 진짜 좋은 판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약간 핀트가 어긋났는데 좋은 판의 대표적인 예를 살펴보았고, 이 좋은 판이라는 것은 시대적 상황이나 역사적 흐름이 만들어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는 정보혁명 기업에만 투자하여 90년대 후반부터 아주 좋은 성과를 올렸는데, 일본 전체는 잃어버린 30년 운운하며 망해가고 있었지만 손정의 혼자만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는 손정의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상황으로써 본인이 능동적으로 좋은 판을 택해 들어가서 플레이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좋은 판에 대해서 살펴보았고, 다음 2편에서는 나쁜 판과 그 예들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한 포스트가 길지 않은 것이 독자들이 읽기에 더 좋은 것 같다. 다음 편은 시간이 나면 써보도록 하자.


블로그 글: 구조적 유리함과 불리함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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