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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11. 2021

정해진 진로를 벗어나는 것의 위험과 이익 (1편)

*이 글은 사회에서 현재 정해져 있는 진로와는 다른 길을 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사회에는 청소년-청년-장년으로 이어지면서 직업적으로 걸어가게 되는 정해진 진로, 틀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해당 사회의 유지와 존속을 위해 일정한 function을 하는 개체들을 양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각자가 제 자리에서 원활히 기능해 주어야 사회가 문제 없이 굴러갈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젊은이들의 경우는 이런 사회적으로 정해진 진로를 걷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2가지로 나뉘는데 (1) 자신이 하고 싶은 어떤 사회에서의 function이 있는데, 아직 사회가 만들어놓은 pathway가 이를 제대로 담지 못하거나 (사회의 발전 속도보다 그 사람의 비전이 더 앞서 있을 때), 혹은 (2) 사회에서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확정된 진로로 만들어 놓을 수 없는 길들이 있다. (고용인으로 월급을 받으며 정해진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증식을 목표로 하는 자본가의 길을 걸을 때-사업가 포함) 이런 두 가지 경우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은 비교적 일찍부터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진로들에 대해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이 불안하게 느껴지고, 진로에 대해 갈등하기도 한다. 오늘의 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다루어보기로 하자.

우선 사회에서 정해놓은 진로는 그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이기에 이미 고착화되고 정형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어느 정도 미래의 삶도 예상되며, 몇 살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 이후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비교적 잘 예상된다. 향후 기대 수입도 큰 변동 없이 예측할 수 있으며, 큰 이변이 없는 한 리스크가 거의 없다.  


반면 앞의 (1)이나 (2)의 진로를 그리는 사람은 본인이 자칫 상황을 잘못 관리한다면 굉장히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우선 (2)의 경우는 일찍부터 자본을 증식시키는 연습을 한다고,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다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원금을 잃고 빚더미에 앉을 수 있으며, 그 시간만큼 정해진 진로를 따라 갔다면 얻을 수 있었던 성과들을 기회비용으로서 잃을 가능성이 있다. (1)의 경우는 또 약간 다른데, 본인이 그리는 총체적 미래상을 아직 현재의 사회가 따라오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는 그 개인의 비전이 사회의 현재 상태보다 더 앞서 있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이 경우에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면, 어쩌면 장기적으로 이 사회에서 굉장히 유리한 포지션을 선점할 수 있다. 하나 바로 떠오르는 예를 들면, 의료 인공지능 분야의 기업 (현재 뷰노나 루닛)에 full-time으로 일하시는 의사 분들이나 공학자 분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 (1)의 진로를 그리는 경우에는 어떤 리스크가 존재할까. 우선 사회가 자신이 그리는 미래상의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거나 (방향이 틀림), 그 미래상으로 발전하는 것이 상당히 늦춰져서 시간이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리는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1)의 경우는 (2)의 경우보다 리스크가 적은 것이 대규모 자본을 (개인의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 잃어버릴 가능성은 적기에 실패하더라도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대학생들의 경우 대개 (1)이나 (2)의 이유로 진로에 대해 갈등하고 있을 것이다. (2)의 자본증식의 길에 관해서는 너무나 할 이야기가 많고, 사실 이렇게 글 한 편으로 전달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이 글에서는 (1)의 경우를 위주로 그 장점과 단점에 관해 다뤄보자.


필자도 개인적으로 어쩌다 보니 (1)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사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1)의 길에서 생길 수 있는 단점은 우선 남과 다른 진로를 택하기에 동년배들보다 직업적으로 늦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필자는 수능을 1년 더 공부했고, 의과대학에서 1년 휴학을 했으며, 인턴 이후 2년을 일반의사로 보냈는데, 수능 기간을 빼도, 3년의 기간이 동년배들보다 더 늦어졌다. 이 동년배들보다 늦어진다는 것이 무리집단에 잘 어울리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에게는 심리적으로 상당히 치명적일 수 있다. 그리고 사회관계에서 '서열' 이란 게 존재한다고 믿고 중요시하는 사람은 이 '서열'이 역전되므로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판사나 검사 society도 이렇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서열' 이란 것은 관념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주도권'이 존재한다.) 또 이렇게 자신이 새로운 분야를 모색하거나 탐색한다고 해서 그 투자의 시간과 노력이 미래에 이익으로 회수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투자로 따지면 투자 실패이고, 원금을 날려먹은 것이며, Return on Investment 가 음수인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심리적 언어로 덮어버리지 말고 냉철하게 직시자. 이렇게 되면 이 투자는 실패한 것이고, 이 기간은 손실로 처리되어 날아가 버린 것이다. 사회가 정해놓은 진로를 따라가면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이런 손실의 위험을 굳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이제 반대로 장점에 대해 말해보자.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은 개인의 만족감이 있다. 어떤 분야를 정말 배우고 싶었던 사람이, 정해진 진로를 미뤄두고 그 분야를 공부하고 온다면, 평생에 걸쳐 심리적 효용이 크게 증진될 수 있다. 자신이 젊었을 적부터 꿈꾸었던 그 모습에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세상이 주는 데이터를 정보로 해석하는 도구가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만약 계속 본인의 직업 진로를 실제로 구현화 시켜 갈 수 있다면, 사회에서 상당히 유리한 커리어 구축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는 확실한 경쟁우위를 쥐고 있어야 한다. 확실하게 우위를 가지는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쟁역량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해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중간에 이렇게 본인이 구축하려 했던 선구자적인 (1)과 같은 진로가 구현화되는데 실패한다면, 그 시간과 노력과 기회비용은 날아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저런 말들로 위로하려 하지만, 이건 마치 현행 회계 기준에서 연구비를 자산처리하지 않고 비용처리하는 것과 같다. (개발비는 자산처리한다.) 보수적인 회계기준을 택하는 것이 옳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연구비와 비슷한 성격의 시간과 노력과 기회비용은 비용처리하는 것이 맞다. 향후 자산화 된다면 그 때 다시 고려해 볼 순 있겠지만, 실패한 그 시점에서는 비용처리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이렇게 성공의 확률이 적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이미 확립된 function을 하는 진로를 따라가는 것이 평균적으로 Return on Investment 가 높은 것이다. 성공할 수 있더라도, 무리를 짓는 인간의 본성 덕에,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홀로 개척한다는 것은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중간에 무너져버리면, 이 기간들은 오롯이 실패한 기간으로서 비용처리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1)의 길을 택한 사람은 끝까지 가야한다. 끝까지 가지 않으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할 때에는 그에 따라오는 명시적 위험 및 숨겨진 위험을 반드시 모두 다 드러내서 탈탈 털어봐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다음 글에서는 (2)의 '자본증식의 길'을 택하는 것에 대해 써 보도록 하겠다. 이 주제는 방대하고 무거운 주제이지만 논의해 볼 가치가 있다.


블로그 글: 정해진 진로를 벗어나는 것의 위험과 이익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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