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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04. 2021

돈을 버는 메커니즘

대중을 만족시켜 돈을 버는 행위


제목이 조금 도발적인가. 돈을 버는 메커니즘이라니. 돈을 버는 메커니즘이 어디 한 둘인가. 필자가 박사도 아니고 석사과정에서 대충 공부한 마케팅, 재무, 금융 등의 학문분야만 따져봐도 돈을 버는 메커니즘은 한 둘이 아니다. 어떤 회사는 압도적인 핵심우위로 경제적 해자를 쌓아놓고 돈을 퍼 올리고, 어떤 회사는 차별화가 상당히 진행된 시장에서 차별화된 역량으로 세분화된 (segmented) 시장을 공략한다. 핵심역량의 차별화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는, 무차별적으로 마진을 아주 박하게 남기며 고군분투하며 돈을 버는 사업자들도 많이 존재한다. 


필자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이런 경영학적인 논의가 아니라, 앞서 포스트에서 언급했던,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취하는 '대중이 원하는 상품 대량 생산 -> 대량 판매 -> 대중의 니즈에 맞춰 부분 변경 (마케팅) -> 또 다시 대량 판매'의 싸이클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고명한 예술가나 교수가 수 년간을 고심해서 어떤 수준 높은 작품을 완성해도 그 자체가 그다지 돈이 되지 않는데 (백남준 급 되는 예술가가 아니면), 오히려 이런 대중적인 행위들이 돈을 더 잘 번다는 것이다. 그럼 과연 이런 행위들은 인류에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그냥 사행성 오락 같은 것인가? 


돈을 번다는 것은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것이고, 대부분의 사업 (제조업, 서비스업을 막론하고) 위와 같은 사이클을 밟는다. (생각해보니 심지어 농업도 지난 해에 가장 수익이 높았던 작물을 찾아 다들 재배하기 때문에 다음 해에 대부분 해당 작물의 가격이 폭락한다.) 블로그나 유튜브를 운영해도 자극적 소재를 언급하고, 방문하고, 찾아가고, 도발하고, 이런 소재들을 올리면서 대중의 관심사에 따라 계속 포스트를 올리면 수익을 올리는데 유리하다. 이건 전략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이런 자극적인 것들을 찾아 유통시키고 판매하고, 생산하는 행위들이 아주 무의미하고, 사회에 해만 끼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익히 알고 있듯이 인터넷이 처음 전세계로 퍼지게 된 계기는 음란물을 공유하려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기인하는 바가 컸다. 이렇게 당장 돈이 되고, 이익이 되는 것들은 삽시간에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고,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끌어올리는데 아주 크게 기여한다. 그 결과로 인터넷이라는 인프라 스트럭쳐가 남았다. 처음에 이익이 되어야 사람들이 몰려들고, 아주 큰 상호작용 끝에, 후대에 기여할 수 있는 무언가가 탄생한다. 민자 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일단 민자로 이익을 주어야 건설이 될 것 아닌가. 무언가 이익이 있어야 달라 붙어서 거기에서 쓸데없는 짓을 하든 자극적인 짓을 하든 그 인프라 스트럭쳐의 건설에 기여할 것 아닌가 (유튜브도 마찬가지). 중요한 건 그 자극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그 결과로 인프라 스트럭쳐가 남았다는 것이다. 그런 돈을 벌기 위해 대중을 만족시키려는 행위들과 그로 인해 따라오는 인프라 스트럭쳐의 건설은 인류의 상호작용을 증진시키는데 중요한 공헌을 한다. 그 상호작용이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도박판도 최소한 시골구석에서 사람을 모이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 도박판이 있어야 그 마을에 누구가 어떻고 다음번 마을 이장은 누가되야 하고 토론이 벌어질 것 아닌가. 도박판이 없으면 토론도 없고 앞선 사람을 보고 배울 기회도 없으며, 사람은 모이지 않고, 문명이란 것도 아예 없다.


사실 필자의 젊은 시절 눈에는 이런 자극적이고 무의미한 행위들이 아주 의미 없어 보였다. 예를 들면, 자극적인 포스팅, 도박판, 인터넷 상의 음란물, 유흥주점, 젊은 접대부들이 쓰고 가는 돈이 거대한 현금경제를 이루는 강남 지역 인근의 피부-성형-유흥주점-미용실 체인들 말이다. 만화책 같은 것도 '이런 걸 도대체 왜 보는거지 재밌긴 한데, 의미가 없다.' 이런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멍청하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이런 거대한 이익의 네트워크가 개별 주체의 상호작용을 늘리고, 사회의 상호작용을 늘려서, 문명을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래서 스타벅스 된장남녀도 더 생겨야 하고, 새로운 먹거리가 나오면 돈을 팍팍 써서 청담동에 가서 먹어줘야 하며, 100억짜리 한남더힐도 팔려야 하는 것이다. 람보르기니도 팔려야 하고, 명품백도 팔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거대한 욕망의 네트워크 한 가운데에서 간헐적으로 위대한 예술적 성취, 학문적 성취, 인류를 진보시키는 어떤 이상향의 것이 출현하는 것이다.  


블로그 글: 돈을 버는 메커니즘: 대중을 만족시켜 돈을 버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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