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택배 노동자의 노동조건, 라이더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아마 우후죽순 생기는 각종 배송업체 (쿠팡, 배민, 마켓컬리 등등) 들을 지탱하는 핵심 노동자 계층이 이들이기에 이들의 처우와 위험에 대해서도 논의가 많은 것일 것이다.
어차피 한 산업이 등장하고 커지면서, 그 산업에 수반되는 새로운 노동계층의 산업보건적 위험과 처우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도 어찌해야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논의가 시끌벅적하게 진행되는 와중에 자리가 잡히고 결론이 날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억울한 희생자도 있을 것이고, 피눈물 흘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최소화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결국 이렇게 시끌시끌한 관심이 최종적으로 제도와 합의의 안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필자가 직업의학적 관점에서 약간 걱정이 드는 것은 이들 기업들이 택배 노동자, 라이더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가혹한 노동조건을 걸면서 얻어낸 이익을, 마치 꿀과 젖이 흐르는 자본의 고향인 것처럼 포장해서 비합리적 가격에 상장을 시도하고, 이익을 편취하는 것이다.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립되지 못한 논의가 많다. 택배 노동자가 평균 얼마의 월 급여를 가져가는 것이 사회가 합의가능한지, 라이더에 대해서는 어떤지, 라이더 노동자에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사고위험은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이들 택배, 라이더 노동자가 필연적으로 노출되게 되는 여름철 폭염, 한겨울 혹한 노출에 따른 건강위험은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근골격계 질환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제도적 대비책을 마련할 것인지 등등 아직 정해져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아마 직업의학회에서 선두에 계시는 교수님들을 위주로 이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 더 지켜보고 기다려야 할 것이 많다. 상장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움직임들이 모두 '규제 리스크'라고 통칭되어 무조건 회피 또는 막아내고 물리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는 옳지 않을 뿐더러 장기적으로 성공하지도 못한다. 필자가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사회 전체에 피해를 주면서 돈을 벌려는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그 사회가 나서서 막는다. 결국 배달의 민족처럼 노동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배민 지역 거점들에 보건관리를 나가보면 곳곳에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그리고 직장내 괴롭힘 등을 예방하고 주의하자는 포스터가 정말 곳곳에 붙어있다. 굉장히 신경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반인들은 또 산재나 직업병인정 등에 대해서 잘못 아는 경우가 많은데, 산재는 기본적으로 무과실책임주의를 따른다. 즉 사업주의 과실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해당 사업장에서 업무와 관련되어 발생한 사고 또는 질병은 일단 산재보험으로 보상해준다는 것이고, 노동자는 그 질병 또는 사고가 업무와 관련되어 발생했다는 것만 증명하면 된다. 이 업무와 관련되었다는 것에 대해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아주 심도있게 그간의 논의들을 다뤘는데, 그 중 하나 주요한 것이 상대위험도 (relative risk)와 인과 확률 (probability of causation)의 차이이다. 즉 해당 업무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질병 또는 사고만이 아니라, 해당 업무가 간접적으로 어떤 질병 또는 사고의 악화에 기여했다면, 이 또한 업무관련성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미국, 유럽의 문헌들에서도 여러 번 보고되었는데 법정에서 심지어 판사들도 인과확률 대신에 상대위험도를 사용하여 판결을 내린다는 것이다. 올바른 판정을 위해서는 인과 확률, 즉 간접적으로 기여한 부분까지 고려하여 확률이 50%를 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인들과 이야기해보면 공정한 판결만 이루어지고 증거에 입각한 보상결정만 내려진다면, 노동자의 건강과 관련된 결정은 대부분 수긍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몰아가기 식으로 무조건 사업주가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종합해보면 이들도 합리적인 관점에서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일정부분 책임을 지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인과 확률 probability of causation 개념을 이들이 이해하게 되고, 일반 대중이 이해하게 된다면, 그 객관적으로 공정한 판결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모두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박사학위 논문을 그렇게 열심히 쓰고 지금 학술지에서 리뷰 중인 것이다. 필자는 이 개념이 사업주와 대중을 포함한 모두에게 널리 알려져서 직업 기인성, 환경 기인성 질병에 대한 인식과 기여 위험 (인과확률)의 계산이 조금 더 타당하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논문도 게제가 확정되면 자세하게 풀어서 블로그에서 설명해 볼 생각이다.
하여튼, 결론을 내리면 택배 노동자와 라이더에 대해서는 산업보건적 논의가 아직 더 필요하다. 그리고 사업주의 걱정을 이해한다.
블로그 글: 최근 택배 노동자, 라이더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