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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Aug 17. 2022

해부병리업계 종사자와 포름알데히드

자극성 비염이나 결막염, 기관지염, 천식, 그리고 발암물질

해부병리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특수건강검진을 하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타 업종의 사업장에 비해 일하는 동안 눈이나 코가 따갑고 눈물이 난다는 사람의 비율이 유의미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이는 해부병리 표본 제작과정에서 사용하는 포름알데히드에 직접 노출되는 정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막자극증상이나 점막자극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자극 증상이 심해도 어떤 의학적 ‘질병’으로 진단되려면, 해당 질병의 ‘의학적 진단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의학적 진단기준을 충족시켜려면 여러가지 진단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렇게 불편한 증상 호소는 분명히 있고, 노출과의 인과를 생각하면 분명히 어떤 직업성 유해인자가 의심되는데도, 의학적 ‘질병’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애매하게 정상과 질병의 중간지대에 놓여지게 되는 상황들이 종종 검진을 하다보면 많이 보인다.


또 하나 언급해야 하는 것은 포름알데히드가 IARC group 1에 속하는 발암물질이라는 것이다. 즉 당장 어떤 증상이 생기지 않아도 장기간 노출되면 발암 위험성이 필연적으로 증가한다는 말이다.


또 하나, 해부용 칼에 베이거나 다치는 빈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이는 표본 제작과정에서 칼을 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사고들이다.


이제 이렇게 포름알데히드에 계속 해서 노출되다보면 필연적으로 자극성 비염이나 결막염, 기관지염, 심하면 천식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발암 가능성을 제외하고도). 그리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런 질병들이 치유되지 않고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해줘야 할까. 포름알데히드를 쓰지 말라고 해야할까. (1) 모든 작업에서 송기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하라고 해야 할까. (2) 건물 내의 환기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걸까.


그럼 이렇게 해부병리 작업에 노출되는 사람이 전문적인 업체나 회사 사람들 뿐일까. 각 대학의 병리검사실에서 일하는 인력들과 의과대학, 수의과대학 등의 해부학 실습실 등에서 일하는 모든 인력, 실습생들이 다 노출된다. 그러면 이들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결국 모든 대책이 위의 (1) 아니면 (2)의 범주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아직은 더 연구가 필요하고, 더 실증적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고, 실질적인 예방대책의 수립 및 적용이 필요하다.


*이 직업의학의 주제와 관련되어 리서치 그랜트를 지원해주시거나 혹은 이미 수집된 데이터를 가지고 공동 연구 등을 제안하실 분은 제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polluxj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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