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발전은 현대 인류 문명의 핵심으로 경제발전과 그 궤를 같이한다. 이는 대중의 생활수준과 복지를 그 저변에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매우 근본적인 발전이다. 하지만 직업환경의학이 노동자와 대중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이런 산업발전과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견해에 대해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까.
원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모든 발전, 성장은 필연적으로 리스크를 수반한다. 이런 리스크를 어떻게 헷지하느냐는 생명체마다 전략이 다른데 예를 들면 나비는 누에고치 시절에 단단한 고치를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하고, 게는 게딱지를 벗는 시기에 포식자를 피해 숨어다닌다.
성장에 방점을 두냐 아니면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한 사회의 규제 수준이 정해지며 사실상 우리가 알고 있는 각종 기업 규제들은 기업을 괴롭히기 위하여 제정한 것이 아니라, 그 기업과 관련된 주체들이나 사회에 전체에 가해지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설정된 것이다.
그래서 직업환경의학은 오히려 기업이 고도로 성장하고 경제가 발전할 때 최고 위정자가 관심을 가지고 적절히 챙겨야 하는 영역에 해당한다. 차가 고속으로 달릴때가 리스크 관리가 가장 요구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제발전이 끝나고 차가 저속으로 달릴 때는 리스크 자체가 많지 않다. (역설적으로 이때 국민들이 가장 직업 리스크나 환경 리스크에 관심이 많다.)
새로 산업이 발전하는 분야들이 많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의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직업보건과 환경보건분야에서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한다. 조선업과 같은 기존의 산업도 친환경 선박 제조로 방향을 잡으면서 새로운 공정이 추가되고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한다. 배민과 요기요가 생기면서 플랫폼노동자의 과로와 근골격계질환, 라이더의 상해위험이 새로 생겨나고, 지식노동자가 많아지면서 직장괴롬힘으로 인한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 리스크가 높아진다.
직업환경의학은 경제가 가장 발전하고 산업이 가장 발달하는 곳에 꼭 필요한 리스크 제어의 학문이다. 지금도 필자는 대한항공 정비창에서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정비사들의 건강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직업환경의학은 기업을 통제하는 권력자의 고삐가 아니라 경제와 산업의 친구이자 cornerston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