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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l 14. 2022

의사도 모르는 직업환경의학과

하는 일, 목표, 실제적 기능

같은 의사들도 직업환경의학과가 무엇을 하는지, 평소에는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하는 과인지 concept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긴 필자도 직업환경의학과를 군의관 시절에 처음들어 보았으니 의대시절과 인턴시절에는 그런 과가 존재하는지 알지도 못했었다. 하물며 의사들도 이럴진데 일반인들을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간략히만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직업환경의학과는 직업의학과 환경의학을 한다. 한 마디로 일반 임상의학이 환자를 부분별로 나누어 어떻게 치료할지를 고민한다면, 직업의학과 환경의학은 직업으로 인해 생긴 질병과 환경으로 인해 생긴 질병을 진단하고 간단한 치료까지 (복잡한 치료는 각 분과에게 맡겨야 한다) 담당한다.


2. 그런데 1번의 기능은 일반 임상의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고, 사실 직업의학과 환경의학은 직업보건과 환경보건에서 파생되어 나간 것이다. 즉 원류는 보건학이고, 환자의 진단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포커스는 사실 예방에 맞추어져 있다. 즉 직업병과 환경병이 생길 수 밖에 없게 하는 구조적 원인을 환자의 직업이나 환경에서 찾아서 차단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를 매우 독특하고 희귀하게 만드는 특성으로 일반 임상의학과의 전문의는 취득하지 않고, 수련과정에서 가르치지도 않고, 알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는 분야이다.


3. 사실 기업에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를 채용하거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를 산업보건의로 선임하고자 하는 기업들에서 요구하는 기능은 2번이 크다. 1번은 굳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별도로 진료를 봐야할 정도의 질병은 한국에서 현재는 잘 생기지 않고, 생겨도 진단만 정확하게 내려준다면 일반 임상의학과의 전문의가 치료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번은 쉽게 기대할 수 없는 기능이고, 사실 산재사고를 줄이고 싶은 기업이나 규제가 두려운 기업이 가장 역점에 두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4. 현재 1번과 2번의 기능이 혼합되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실제 환자나 사업장의 근로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3가지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특수건강진단이라 하여 사업장에서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근로자들을 검진해서 잠재적 직업병이나 직업병의 징후를 찾아내는 것이다. 문진내용만 보면 임상의학 전문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문진인데, 2번의 지식이 있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이 특수건강검진의 질문 하나하나에서 더욱 많은 것을 짐작하고 추론한다. 즉, 이 2번의 지식을 바탕으로 검진을 통해 이 환자가 잠재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직업적, 환경적 유해인자를 찾아내게 한다는 말이다.


5. 다른 하나는 보건관리대행인데, 이는 개별 환자의 입장에서 접근하는게 아니라 하나의 사업장 단위로 직업환경에서의 유해인자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보통 40~50개 사업장을 한 의사가 관리한다.


6. 마지막 하나는 산업위생사의 영역으로 작업환경측정인데, 이는 직접 의사가 수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데이터로서 역시 직업적, 환경적 유해인자를 찾아내는데 중요하다.


7. 결국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를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지식과 특성은 2번인데, 사실 현재 전문의 제도가 2번에 대해서 깊이있게 가르치고 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2번의 특성을 분명히 다들 교육받긴 하지만 그 깊이에 있어서 분명히 편차가 클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에 2번을 제대로 배우려면 결국 대학원 (보건대학원이든 의학대학원이든) 과정에 진학해서 공부해야 하고, 전문의 과정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실무와 다르게 깊이있는 이론적 내용을 배워야만 완성된다.



필자의 경우는 기업을 좋아했고, 산업을 담당하는 기업과 사람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학의 접점을 찾다보니 직업환경의학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공부를 대학원에서 더 깊게 하다보니 이 전공이 더 매력적이고 좋아졌다. 무엇보다 현재의 ESG 트렌드 등을 고려했을 때 미래지향적 기업이 더욱더 신경쓰고 필요로 하는 기능과 전문지식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좋고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간략히 소개만 한 것이고 더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서치 등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필자의 직업환경의학에 대한 접근은 다른 전문의와 조금 다를 것인데, 필자는 기업을 하나의 주체이자 우리의 서비스에 대한 궁극적 지불자로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깊게 다뤄보자.) 보통은 특수건강검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지만, 필자는 특수건강검진은 직업보건과 환경보건의 agenda를 실현하는 하나의 도구로 보지 그 자체가 불변의 서비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목적달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대체불가능한 수단이긴 하지만 말이다. 필자는 결국 궁극적 지불자로서의 기업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직원이 더 건강하고 (직업보건), 자신들의 제품이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 (환경보건)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필요하면 비용을 더 지불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여러 기업들이 임직원의 건강과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사 제품과 공정의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그러하다. 그리고 여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이 요새 말로 ESG라 하여 더 미래지향적이고 트렌드를 따르는 기업이라고 불릴 것이고 자본시장에서 좋게 평가받을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인 삼척블루파워는 신용등급이 매우 높음에도 시장에 채권을 푸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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