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째날

도노반파크에서 첫 활동(2019.4.9)

by 박달나무

#몰크릭Wildlife_Park

#캥거루와악수를


어제 늦은 시간에 도노반파크에 갔고, 갑자기 찬바람이 불며 빗방울이 떨어지는 바람에 Jo 선생님과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자고 했었다. 10시에 도착하겠다고 했지만 10시 반에 갔다. 아침에 아이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일은 피곤하고 때론 화도 나는 일이다. 내 아이들 키울 땐 아내가 맡았고, 기숙대안학교 할 때는 송 선생이 담당했기에 잘 몰랐다. 들어도 못 들은 척 하는 아이를 설득하거나(설득은 원래 불가능) 달래거나, 속임수를 써서라도 움직이게 해야 한다. 가장 하수가 속임수를 쓰는 일이고(나중에 더 어려운 상황을 만듦) 가장 상수는 달래는 일인데, 이게 자칫 거래와 구별하기 어렵다. 거래는 어른이 요구하는 행동을 하면 나중에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인데, 속임수와 같은 나쁜 결과를 만든다. 거래가 아니면서 달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이는 이런 어른 보호자의 고민을 잘 알고 있다. 그냥 직감으로 아는 것. 알기 때문에 자신 있게 버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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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달리 화창하고 햇볕으로 따뜻한 기운이 도는 날씨다. Jo 선생님이 이갈라 말들을 일일이 소개하고 이갈라 프로그램 진행하는 운동장으로 말을 끌어 이동하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부탁했다. 아이들은 원래 이런 일을 해본 것처럼 능숙하게 말을 인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태수가 3월 한 달 승마장에서 집중 교육을 받은 효과가 보였다. Jo 선생님이 말을 끌어서도 안 되고 끌려가서도 안 된다고 조심시킨다. 말 옆에서 같이 걷는 듯이 가라는 것이다. 내가 일찍이 김철 선생님에게 배운 게 있다. 말의 마음을 사지 않으면 말은 함께 걷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은 생각하는 방식이 인간과 다르지만 매우 직관적이고 즉각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스캔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의 마음을 산다는 건 내가 스스로 관계의 친밀감을 마음에 품는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해한 건지 아닌지 모르지만 Jo 선생님 지시대로 잘한다. 우리 아이들이 두 가지 마음을 가진 건 아니라는 거다. 지시대로 하지만 마음으론 귀찮은 일이라고 느낀다면 말이 함께 나란히 걷지 않기 때문이다.
“말은 당신의 마음을 읽습니다.”
오늘은 수업을 하러 온 것이 아니고 도노반파크 일정을 확정하고 확인하며 Jo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들을 자세히 보여주러 온 것이라 간단하게 용무를 마치고 몰크릭에 있는 태즈매니아 Wildlife Park에 갔다. 호바트 유스호스텔 직원이 알려준 곳이다. 델로라인에 가면 꼭 가봐야 할 장소란다. 델로라인 호텔에서 25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태즈매니아의 명소가 있는 것.
아이들이 환호를 지르며 좋아한다. 새끼 돼지만한 웜뱃도 만져보고, 수많은 캥거루들이 사람과 아주 친밀하다. 캥거루와 악수도 가능하다. 4시에 약속한 태수 담임과 화상통화를 하는데 화면에 캥거루도 잡혔다. 장기결석하고 있는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하다. 혹시 모르는 학대나 유기상태에 있는 건 아닌지 학교가 확인하도록 행정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수가 호주에 있다는 확실한 증거로 캥거루가 등장한 것이니 효과 만점이다. 아이들은 매일 여기에 올 수 없냐고 물었다. 올 수는 있지만 입장료가 걸림돌이다. 어른 하나 아이 둘 입장에 5만5천 원 정도가 들었다. 10번 가면 55만원이니까 부담스러운 액수다. 이사할 집에 어마어마한 초원이 있는데, 거기에 동물을 풀어놓으면 좋으련만, 동물 관리도 아이 키우기에 맞먹고, 우리가 태즈매니아를 떠날 때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걸로.... 다시 고려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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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델로라인의 대형마켓에 들렀다. 이름이 Woolworth라고 하는데 한국의 이마트라고 보면 된다. 동네 규모로 본다면 엄청 큰 마트다. 술을 제외한 식료품은 다 있다. 가전제품은 거의 없지만 밥솥을 20호주 달러에 팔고 있다. 이사 가면 하나 사야겠다. 17000원짜리 밥솥은 파격인 게다. 마켓 이용객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델로라인 중심가 카페에는 젊은이들도 좀 보이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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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예정인 집이 궁금해서 다시 갔다. 일부 수리 중인 흔적이 보인다. 문제 있는 부분은 고쳐서 임대하려고 하는구나 싶어서, 그런 성의라면 임차인으로서 안심이 된다. 남쪽으로 시야가 탁 트인 광경을 찍었다. 노을이 지기 전 모습이다.
숙소 호텔에 와서 무료음료 쿠폰으로 에일 맥주 한 잔 마셨다. 호주와서 처음 마시는 알콜성 음료. 역시 호주에서는 에일이지~ 행복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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