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중고자동차를 사다(2019.4.10)
조지(자동차 전 주인이자 첫날 우리를 공항에서 에어비앤비로 데려다 준 택시 기사)가 전화했다. 내가 문자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실망이다, 네 의도가 뭐냐 등등을 보냈더니 만나자고 전화했다. 내가 내일 오후2시에 자동차 명의이전 관공서에서 만나자고 하면서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신신당부 했다. 나는 230km를 운전하고 가는 것이니 허탕치지 않게 You must! be there 라고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른다. 그게 어제. 아이들 데리고 넉넉하게 오전 10시에 호바트로 출발했다. 설마 안 나오지 않겠지 하면서..... 천천히 쉬엄쉬엄 갔더니 2시 직전에 도착했지만 조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전화하니 두 번 째에 전화를 받는다. 자기 택시 기사인 것 모르냐면서 영업 중이라고 한다. 그건 니 사정이고 오늘 2시에 꼭 오기로 하지않았냐고 했더니, 서류를 다 갖췄으면 혼자서 처리 가능하다며 내 스스로 명의이전하라는 것이다. 그럴리가 없지만 일단 알았다고 하고 담당 공무원에게 서류를 들이 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판매자 조지의 사인이 없어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자증명서도 다른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준비한 비자상태확인서로는 명의이전을 해줄 수 없다는 것. 두 번 애원을 했지만 단호하게 거절한다. 알려준 비자증명서 받을 수 있는 관청으로 달렸다. 아이들을 관공서 로비에 남겨두어서 마음이 더 급했다. 알려준 곳은 엉뚱한 곳이다. 다시 물어물어 관련 사무실에 갔더니 전화로 신청하는 업무라서 사무실에서 직접 서류 발급이 안된다는 것이다. 영어가 자유롭지 않으니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해당 서류를 이메일로 받는 민원전화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조지도 명의이전 관공서에 오기로 했기 때문에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뛰었다. 아이들은 있는데 왜 보이지 않냐고 조지가 전화했다. 저스트 모먼트.....
조지를 만나니 '이까짓 것 쯤'하는 얼굴로 창구에 간다. 한 명의 공무원만 일하는 것이 아니니 내가 만났던 공무원과 다른 직원에게 서류를 내밀고 조지도 그 자리에서 사인을 하니 거짓말처럼 바로 업무가 완료된다. 109달러 등록세를 내고 명의이전된 자동차등록증을 받았다. 허탈, 허무~
약속을 3번 어긴 조지는 의기양양해하며 언제라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기에게 전화하란다. "에이 싱거운 놈아~"
이렇게 해서 나중에 차를 팔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가져보지 못한(서류상으로 내 명의는 없었다) 자동차 주인이 되었다.
다시 델로라인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고 힘들었다. 그런데 차 안에서 갑자기 아이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더니 둘이 동시에 노래를 부른다. 뭔 말인지 모르겠지만 가사가 일치한다. 서로 잘 아는 노래인 듯. 자세히 들으니 일본어 가사다. 유명한 애니메이션 주제가라는데, 자신들도 뜻은 모른단다. 우연히 번역된 내용을 보니 좋은 내용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째 일본어 가사를 정확하게 부르냐 말이다. 한 놈이 아니라 두 놈이 부르니 정확한지 아닌지 검증이 된다. 둘 다 똑같은 발음을 하니 맞게 부르는 게다. 둘이 이 노래를 부른 건 지금이 처음이다.
물었더니 그냥 들은대로 따라 부른 것이라고 말한다. 아, 아이들은 가능하구나. 나는 듣는대로 따라 말하는 게 불가능하다. 내 스키마 창고의 발음과 들리는 발음의 싱크를 맞추지 않으면 입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성인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다르다. 그래서 아이들이 외국어를 빨리 습득하는 것을 이해했다.
즉, 아이들은 의미와 관계 없이 사운드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언어에서 의미는 사후적인 게 맞다. 언어에 대한 우리의 오해가 크다. 소리를 뱉고 상호관계에서 의미를 함께 구성하는 것이지, 의미가 있고(머리에 개념이 있고) 의미에 맞는 소리를 찾아서 발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먼저 옳다.
해질녁에 론세스톤으로 접어들었는데 도착하니 사위가 깜깜하다. 7시 전인데. 대형 양판점에 들러 태수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줬다. 바로 옆에 하우스 인테리어 관련 온갖 잡다한 건 다 있는 판매점에 구경갔다가 입이 쩍 벌어진다. 여기 사람들의 생활문화가 개러지 작업장에서 직접 생활용품을 만들어 쓰고, 정원과 잔디밭을 관리해야 하니까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각종 기기묘묘한 공구들이 많다. 젊었을 때는 이런 공구만 봐도 마음이 설렜다. 이젠 분수를 안다. 많이 늦은 나이에 알게 되었다. 아쉬움이 아니라 다행이라 확신하고 있다.(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