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만족스러운 가치를 주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사용자 경험(使用者經驗, User Experience 유저 익스피리언스, 간단히 UX)은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 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총체적 경험을 말한다.
제품의 UX 경험 개선을 직업으로 삼고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사용자 경험이 되었던 터라
주기적으로 경험하는 고관여 UX 케이스인 미용실은 항상 흥미롭다.
High Involvement Service는 대형 가전제품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한 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모아 비교하고 심사숙고 끝에 의사결정한다.
미용실은 가격 때문에 고관여인 것은 아니다. 헤어스타일이란 결과물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변수 때문에 고객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만약 '별로인' 헤어스타일이 나온다면 한 달 넘게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기에 고객은 미용실 브랜드, 가격대, 디자이너 이력, 후기와 평점, 지역 등을 면밀히 따지게 된다.
결국 자신에게 맞는 미용실 시스템과 디자이너를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다.
그럼 UX 설계 관점에서 미용실은 어떤 모습이어야 고객의 선택을 받을까?
3년 전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이런 경우 난 3가지 경험을 찾는다.
1. 집에서 가까운 맛있는 빵집이 있는가?
2. 집에서 가까운 피트니스 클럽이 있는가?
3. 사용자 경험이 만족스러운 미용실이 있는가?
미용실은 빵집과 피트니스 클럽보다 상대적으로 방문 횟수가 덜하다.
그래서 집에서 가깝다는 조건보다 < 사용자 경험의 완성을 더 우선시할 수 있다.
미용실 입구 문을 열면서 경험은 시작된다. (나갈 때까지)
학생이었을 때는 무작정 가성비가 좋은 미용실을 찾아다녔지만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꽤 다양한 미용실 경험을 찾아다녔다.
남성 커트 전문점인 Barbershop만 다닌 적도 있었고, 유명 미용 브랜드점을 다닌 적도 있었고, 1인 샵이나, 헤어 스파와 커트를 접목시킨 서비스를 찾아다닌 적도 있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미용실에서의 UX 경험이 좋았던 적은 다음과 같다.
#1. 예약할 때부터 "고민이 되는 부분"을 미리 받는다.
- 커트만 할 때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두피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그 내용을 적었더니 '빗질'을 섬세하게 하며, 두피에 빗이 닿지 않게 배려하는 모습에서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물어볼 수도 있지만 I 성향의 남성 고객은 주절주절 '고민'을 이야기 못할 가능성이 있다. 미리 물어봐주면 편하다.
#2. 입구에 들어가면서부터 혼자두지 않는다
- 처음 가는 낯선 장소에서 우리는 길을 잃어버린다. 혼란한 감정을 주지 않도록 가이드가 존재하면 고객은 편안함을 느낀다. 안내받은 소파에 편하게 앉아 "무료 음료" 서비스를 받는다면 긍정적인 눈으로 미용실을 둘러보게 된다. 반대로 손님을 방치하거나 음료 서비스에 대한 사전 안내를 받지 못하고 급하게 미용실 의자에 앉아 옆 손님이 무료 음료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다.
#3. 커트가 진행될 때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눈다. 그런 대화가 아니면, 그냥 안 하는 게 낫다
- "고객님 여름휴가는 어디로 가시나요?" 묻기에 강원도로 간다고 했더니, 추가적인 대화 없이 어색하게 이야기가 끝난다. 그리고는 "고객님 샴푸 어떤 거 쓰시나요? 이번에 우리 샵에서 나온 게 있는데.." 라며 샴푸 광고로 이어질 때 Push AD 마냥 느껴진다. 1:1 UX 상황에서 진정성 있는 대화는 단골 고객을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계적인 대화에서 광고 팝업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4. 헤어 디자인은 기본이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헤어 디자인은 기본이다. 이 핵심 기능이 엄청난 퍼포먼스로 보인다면, 앞서 이야기한 미용실 시스템이나 환경을 압도하게 된다. 결국 본질은 '내 머리를 예쁘게 만들어줄 서비스' 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PS. 최고급 가위, 드라이기, 스파기기 등을 자랑하던 미용실이 있었는데 커트 실력은 그냥저냥이었다. 역시 두 번은 찾지 않았다.
#5. 재방문 고객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
- 첫 방문은 디자이너와 손님 모두에게 처음이지만, 재방문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미용실이 고객에 대한 행동 데이터를 쌓아두고 (또는 디자이너 개인의 능력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면) 고객에게 질문할 수 있다.
'고객님 지난번에 상고머리 스타일에서 옆머리 15mm로 진행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스타일을 원하시나요?'
더 나아가 진실한 대화가 쌓여 개인적 경험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면 손님은 그 미용실에 Lock-in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충분한 가치를 제공한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미용실을 탐색하는 것은 손님에게도 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 글을 쓰는 오늘, 급하게 머리를 정돈할 일이 있었다.
집 앞에 가장 가까운 미용실을 찾았고
결론적으로 별로인 헤어스타일을 갖게 되었다. (정말 슬프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다고 느낀 포인트가 있다.
디자이너가 "고객님 마음에 드시나요?"라고 질문했을 때
"네 마음에 듭니다. 고생하셨어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1 UX 경험 상황에서는 어지간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어중간한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내가 만드는 Product UX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엉망으로 만들면, 고객도 쉽게 피드백할지 모른다 "이번 당신네 회사의 Product Feature 정말 최악입니다." 하지만 어중간하게 개발한 기능은 고객의 진심이 아닌 피드백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UX 설계가 참 어렵고,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