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배려하는 대상이 곧 나의 세상이다 by 하이데거
완연한 봄의 기운이다.
흥얼거리며 출근 준비하는데 갑자기 6개월 전, 회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10월의 어느 날 코트를 걸쳐 입고 집을 나서는데,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당시 회사는 투자 라운드 후반기라 정신없는데, 조직 개편까지 진행되어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프로덕트 개발 상황도 여의치 않아 온종일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고군분투 중이었다.
'출근하고 싶지 않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내면소통] 저자 김주환 작가의 메시지가 떠오른다.
"스트레스는 편도체를 활성화시킨다. 그런데 현대인은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마치 원시인이 매일 호랑이를 마주치는 것이다) 당연히 지속적인 활성화 상태가 된 편도체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가져온다. 만성 스트레스는 마음근력의 최대 적이다. "
아마 당시 필자의 상황이 매일 아침 호랑이에게 쫓기는 3만 5000년 전 크로마뇽인의 상태였을 것이다. 생존만 생각하다 보니 조직 내 웃음을 찾기 어려웠고 이 기간이 몇 달이 흐르니 주변을 돌볼 여력도 없었다.
그리고 운 좋게도 흐린 구름이 걷히고, 우리 조직은 살아남았다.
그 타이밍에 새로운 인사팀장님이 합류했다.
그녀는 호탕한 웃음에 왈가닥(?) 모먼트가 있는 캐릭터였는데 항상 진중하고 입은 자물쇠를 달아둔 듯 무게감 있는 인사 담당자만 봐왔던 터라
사뭇 다른 그녀의 모습은 꽤나 흥미로웠다.
인사팀장님의 역할과 행동반경은 넓었다. HR은 물론 회계 총무 투자에도 관여했다.
그중에서도 조직문화 관점에서 한 사람이 가져온 놀라운 변화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그녀는 매일 사람들과 호탕하게 인사했는데
인사하는 목소리가 매우 컸다.
"안녕하세요~!" 장난기 가득하지만 긍정적인 목소리였다.
당시 무거운 회사 분위기에 눌려있던 터라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인사의 텐션에도
필자는 놀랐다. 그 인사를 마주한 동료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항상 혼자 일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작은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1 인팀인 동료들이 있었는데 협업할 일이 없으면 거의 마주칠 일도 없었다. 그런 동료들 옆에는 항상 그녀가 있었다. 뭐가 재밌는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한 번은 너무 재밌게 이야기하길래 나도 모르게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 적도 있다.
(사실 별 것 아닌 이야기였다. 점심시간에 엄청난 맛집을 발견했다던지, 인형 뽑기로 월척을 했다든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였다)
그 덕분인지 회사의 분위기는 점차 안정되었다.
긴급한 일정에 시달리던 동료들도 조급함을 내려놓고
대니얼 카너먼이 강조한 'slow thinking'을 하기 시작했다.
즉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고민했고,
창의성이나 솔직함 인재밀도와 같은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놀라운 변화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매일 출근하는 조직은 우리가 함께 만드는 작은 세계다.
그 세계는 서로 관심을 가진 인간들이 관계를 맺어가며 형성한다.
즉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돌보는 배려심은 그 주변의 사물, 세상일과도 소통하게 만든다.
그녀의 대인관계력은 주변사람들이 서로를 돌보게 만들었고, 관심과 소통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최종보스인 CEO를 웃게 했을 때
그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말했다.
"내가 배려하는 대상이 곧 나의 세상이다"
출근하고 싶어지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늦지 않았다.
주변의 동료들에게 관심을 갖자. 그리고 인사하고 대화하자. 그 순간 관심의 폭이 넓어지고
서로를 돌보기 시작한다. 세계가 넓어진다. 조직문화력이 강하게 동작하기 시작한다.
PS. 언젠가 인사팀장에 대한 인터뷰를 따로 해보고 싶다.
남들과 다른 보법으로 일에 진심인 그녀가
평소에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
여러 이야기를 하다 보면 또 새로운 인사이트를 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관심이 생겼다면, 꼭 댓글을 달아주시면 좋겠다 :)
인터뷰의 명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