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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셋째주

비가 많이 온 여름

by 조여름


1.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온 한 주였다. 역대 최고, 폭우, 피해, 대피같은 말들은 뉴스를 뒤덮었다. 하늘이 뚫린듯 비가 쏟아져 내렸다. 원래 비 오는걸 좋아하는 나는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지만,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는 걱정되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곳은 괜찮았지만 다른 지역은 무서울만큼 많은 토사가 쏟아져 내리고 하천이 넘쳐 흘렀다. 장마가 끝났다더니 왜 갑자기 비가 오는 건지... 산사태가 걱정이다. 폭염도 걱정인데 폭우도 걱정이고 날씨가 너무 극단적이고 과격해지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인가보다.


비가 많이 와서 나무에 식용인 목이버섯이 자라고 있다




2.

그 와중에 여름의 맛은 나를 찾아온다. 회사에서 돌린 자두를 한입 베어 무니 새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자두의 과육이 혀로 스며들었다. 살짝 말캉해진 자두가 더 달았다. 표면의 하얀 분이 수확한지 얼마 안된 신선함을 보장해주었다. 물에 대충 슥슥 씻고 닦으면 얼른 먹고 싶어져 마음이 조급해진다. 제주 살때는 주로 만감류나 귤을 받았지만 이곳으로 오니 더 다양한 과일을 먹을 수 있다.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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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가 그친 공원을 걷다가, 편의점 앞에서 어떤 남자가 얼굴 근육이 확 풀린채로 무언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평소에 그런 얼굴을 안할것 같은 이미지의 남자는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살짝 떼서 던져주었다. 처음엔 왜 저러나 생각하다가, 곧 테이블 아래 고양이가 있다는걸 깨달았다. 중성화를 마친 길고양이임이 확실한 이 녀석은 잠깐 나를 봐주었지만 곧 고개를 돌렸다. 이 동네는 고양이가 많은건 아닌데 보이는 고양이들마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다. 귀엽다. 다들 뚱뚱하고 길고양이지만 건강해보인다. 의외로 캣맘 캣대디가 많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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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난주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루틴을 무너뜨렸다. 루틴을 시작하는건 그렇게 어렵더니, 망가뜨릴때는 왜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지. 루틴이 무너졌을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하루종일 유튜브를 보는 것, 방을 더럽히는는 것, 그리고 배달음식을 부쩍 많이 시키게 되는 것이다. 소시지와 감자튀김이 몸에 나쁘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모든걸 내려놓으면 금지된 법칙들은 쉽게쉽게 선을 넘는다.


그렇다고 자책하면 더 상태가 나빠진다고, 건강 유튜브에서 말하길래 자책하진 않기로 했다.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뭐. 감자튀김과 소시지가 잔뜩 든 나쁜 음식을 주문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덜고자 닭가슴살 샐러드도 함께 시켰다. 저녁으로 먹겠다고 결심했지만 결국 저 샐러드만으로 저녁이 되지 않아 작은 컵라면을 하나더 먹었다. 저 브런치 세트가 의외로 맛이 있었던 터라, 결국 토요일에 한번 더 주문해 먹고 열심히 걸었다. 그래도 몸에 좋은걸 먹고 걷는게 좋겠지. 에잇, 할 수 있는 만큼 하자. 할 수 있는 만큼. 너무 기대가 크면 포기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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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쩌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 도 있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하고 싶었던, 좋은 일이지만 막상 내가 한다니 격려하기는 커녕 오히려 가족과 지인들이 말리는 일을 신청했다. 우편접수를 하며 마음이 싱숭생숭했지만 이미 보냈으니 할 수 없다.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우리 사회는 그 일을 한 사람을 칭송하고 칭찬하면서도 막상 누군가 한다고 하면 편견가득한 시선으로 만류한다. 외국에선 그러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걸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버리면 더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6.

사실 회사에서 할일이 그닥 많지 않은 한주였다. 일이 없으면 마냥 기쁘고 좋을것 같은데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면 왜인지 피로가 더 쌓인단 말이지. 뭐든 적당히 하는게 좋다. 일도 적당히 있는게 좋아.


아,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공공임대주택에 당첨돼서 아마 가을 즈음에 입주하게 될 듯 하다.



7.

자주 흔들리는 나의 마음을, 남편이 조곤조곤 잡아준다. 그래도 또 금세 날뛰지만 그러면 또 남편이 잡아주면 되니까. 역시, 나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도움이 된다. 이번주에는 다시 루틴을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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