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어떻게 보내는 거였더라?

누구와 함께 한 추억이 모자라다 0705

by 아도르
혼자놀기의 달인이 될거야

새삼스럽게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평일을 바쁘게 지내면 주말엔 쉬는 게 좋겠지만 뭐랄까, 맘 편히 쉬지 못하는 기분이다. 요즘은 평일이 바쁘지 않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게 편하고 든든하지만 한편으론 이제 혼자 지내는 시간만큼은 철저하게 혼자가 되고 싶달까. 오로지 내 의견에 의한 행동을 하고 싶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옷을 입는 것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마음의 부채가 쌓이는 기분, 몸은 편한데 아무것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은 채 주말을 그저 시간 때우기로 보내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방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온전히 나 로서의 삶을 산다는 것이다. 내가 돈을 벌고 그 돈을 쓸지 말지를 결정하고 내가 갈 길을 혼자 정하는 것. 그렇다고 딱히 약속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는데 나갈만한 시국도 아닌 데다 소화도 잘 안되고 뭐든 다 시큰둥해서 재미가 없다. 드라마를 연속으로 보거나 영화를 주야장천 보는 것도 좋지만 계속해서 남의 이야기를 보기만 하니 아무 생각이 없어지면서 내 일상이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친구가 많지 않아 그렇게 약속이 많은 편도 아니었는데 새삼 일요일을 어떻게 보내는 거였는지 궁금해졌다. 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계속해서 느긋하기만 하니 수시로 불안감이 밀려든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누군가는 여행을 가고 누군가는 무언가를 이루겠지. 이렇게 이번 달 생활비가 모자라지 않은 채로만 지내다가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까지 확장되면 번뜩 정신이 든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 불안해서 가만히 누워있을 순 없다가도 그중 어느 하나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생기지 않아 다시 누워본다.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는 시절을 가만히 견디는 것도 삶의 일부이려나.


가슴을 뛰게 하는 사람이나 물건, 일이 없는 시간을 보낸다는 건 생각보다 슬픈 일이다. 일상의 매 순간 가슴이 뛸 순 없지만 나는 누구보다 가슴이 자주 뛰었던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렇게 변해버린 내가 너무 짠하다. 무엇보다 이제는 여행을 가더라도 혼자서는 가기가 싫어졌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다녔던 기억이 거의 없다. 누군가와 함께한 추억이 한참 모자라다. 좀 더 어릴 때 함께한 추억을 많이 쌓아뒀더라면 이제는 혼자여도 조금 괜찮았을까? 혼자 인생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정신없이 마흔이 되어버렸다. 이제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정답처럼 가족을 이루고 각자의 인생에서 중심의 축을 다른 곳으로 옮겨가 버렸다.


혼자 괘도를 이탈했으면 즐겁게나 살 것이지 나와 내 일상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제대로 혼자가 되지도 못하면서 길도 모르는 기분이 드니 막막하고 외로울 수밖에. 학생 때도 반에서 상위권은커녕 어정쩡한 성적으로 괘도 밖에서 주춤거리다가 십 대가 끝났는데 삼십 대의 마지막을 여전히 막막하게 보내고 있다.


인생을 즐긴다는 건 뭘까. 일요일을 잘 보낸다는 건 뭘까. 내가 뭘 즐거워하는지 조차 모를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도 의문투성이 인채로 마흔이 되어도 되는 걸까. 정말 정말 할 말 없는 일요일들을 보내고 있는 180일 빠진 마흔이다.


휴우




쓰는 아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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