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는 이게 나의 최선입니다
얼마 전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어떤 단체의 직원이라 본인을 소개한 그녀는 본인이 진행하게 된 행사의 연사로써 강연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일과 진로로 힘든 시절 위로가 되는 영상이나 강연, SNS와 책을 찾다가 내 글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아 나쁜 생각까지 하던 찰나에 내 글을 읽고 많은 위로가 되었다고. 그 위로 덕분에 마음을 추스려 현실적인 것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지금의 직장으로 옮길 수 있었고, 현재 하는 일이 만족스러워 기쁘다고 했다. 그녀가 내 글을 읽고 힘을 냈던 것처럼 이번 강연을 통해 지쳐있는 수많은 직장인들 중 몇 명이라도 변화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 메일을 열 번 정도 다시 읽었다. 글을 쓴 이후 받아본 가장 기쁜 피드백이었다. 눈물이 날만큼 기뻐서 여기저기 자랑도 했다.
첫 책을 출간한 이후 내 마음은 많이 초라해져 있는 상태였다. 아니 실제로 초라하고 부족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다음 책을 기대한다는 그녀의 말 한마디에 나는 다시 두근거렸다.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생겼으니 두 번째 책을 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책은 ‘인생에 한 번 있는 이벤트일 뿐인가’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이대로 모든 것이 추억이 된다고 생각하면 슬퍼졌다. 두 번째라는 건 내가 나를 작가로 인정해 줄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
나는 브런치에서 꽤 많은 구독자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뷰 수는 50만 뷰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브런치가 진화하여 이제는 완독률이나 유입 분석, 뷰수까지 어떤 글을 사람들이 왜, 어떻게, 얼마나 읽는지까지 분석해준다. 브런치의 초창기 이용자로서 이런 변화가 달갑지만은 않다. 수치 따위 상관없이 자유롭게 글을 써왔는데, 그 수치를 확인하고 나지 욕심이 생겼다. 구독자수 대비 낮은 뷰수를 기록 중인 것을 확인한 이후 이런 고민을 했다. ‘나는 읽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식상한 글을 쓰는 사람인가’
첫 출간 이후 확인한 좋지 않은 평가와 맞물려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쉽사리 글을 쓰지 못하는 상태로 긴 시간을 공허하게 보내며 다시 ‘의심하지 않고 글을 쓰는 자유로움을 회복하는 것’과 ‘읽고 싶은 글’에 대해 생각했다. 이런저런 소재를 하루에도 몇 개씩 생각하고 메모했고, 브런치 서랍에도 몇십 개 넣어두었다. 문제는 한 번 식상하다고 생각하니 내가 쓰는 모든 글이 시시하게 느껴졌다. 새로움을 주는 것만이 내 글의 목적은 아니었는데 수치와 독자 그리고 책 판매라는 커다란 세계를 알아버린 후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내가 글쓰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글쓰기를, 글이 인기 많기를 공부하지 마세요. 분석을 멈추세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파워블로거나 인플루언서를 목표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인기가 많고 싶다거나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조차 없었다. 내가 가진 재산인 나의 경험들을 글로 쓰다 보니 나의 감정과 기분을 알게 되고 정리되는 기분이 신기해서 계속 글을 쓰게 됐다. 글로 써 놓으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의 하루가 조금 달라 보이기도 하고 불행으로만 여겨졌던 과거가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주기도 했다. 글쓰기는 이렇게 나와 점점 친해지는 기분을 선사해 주었다.
그랬던 내가 첫 책의 판매부수와 뷰 수를 고민하게 된 이후 글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고민을 한다는 게 나쁜건 아니지만 일단은 써야했다. 쓰는게 먼저였다. 이대로 첫 책에서 끝난다면 정말로 글은 내 인생의 이벤트가 될 것이 아닌가! 글 쓰는 내가 하나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슬펐다. 또다시 입사와 퇴사만이 내 일상의 모든 것이 될거라 생각하니 참담했다. 책 한권에 글 쓰는 나를 포기할 순 없었다.
무엇보다 이젠 내 다음 책을 기다리는 독자가 한 명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당장 글을 잘 쓰고 못쓰고에 대해 고민하느라 내가 글을 썼던 마음을 잠시 잊고 있었다. 작가의 정의가 어떤 것이냐는 허세와 글을 쓸 건지 말 건지에 대한 고민 같은 건 다 접어두고 일단 두 번째 책을 향해 오늘의 최선을 다해 보기로 한다.
어제도 오늘도 부족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쓰고 있지만 하루하루 글을 쓰며 최선을 다해 솔직해져 볼 것이다. 점점 더 매력 있는 나의 문체를 만들어갈 것이다. 두 번째 책을 출간하는 날부터는 “저는 작가입니다” 하고 나를 소개할 것이다.
쓰는 아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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