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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Aug 07. 2024

육십살에도 글을 쓰는 즐거운 할머니가 될거야

즐거운것 그것만이 전부

첫 책을 출간하고 판매지수가 서서히 내려갈 때쯤 직감했다. 아, 내가 무시무시한 세계에 들어왔구나. 진입은 쉬워도 버티기는 쉽지 않은 곳이구나, 하고. 책이 잘 팔리지 않아도 버텨내야만, 글을 써야만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사람들은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버티는 것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보지 않는다. 종이와 펜만, 아니 휴대폰만 있어도 쓸 수 있는게 글이라 진입장벽은 낮지만 ‘나는 작가입니다’ 하고 버틸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채로 작가가 되었다. 그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다시 꺼냈다.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기 보다, 글을 쓰는 자로서의 정신과 이 고요하고도 뜨거운 곳에서 버티는 법을 알고 싶은 마음에.


하고 싶은 말이 매우 많아서 그걸 쏟아내고 싶은 기분이 늘상 들지만 무언가 목구멍에 걸린 것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빈페이지를 열어놓고 뭐든 써보자고, 나는 작가가 아니냐고 집중력을 끌어모아봐도 쉽사리 키보드를 누를 수가 없다. 뭘 써야할지 모르기 때문일까? 그냥 베스트셀러를 써야 한다는 추상적 목표 때문일까? 간절하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에게 글쓰기는 그저 한때의 이벤트였던 걸까?


회사를 다니면서 어느 순간부터 들었던 확신이 있다. 

‘아 내가 회사원으로는 어떤 목표도 목적도 없구나. 이로 인해 행복하지도 않고 돈을 버는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구나’ 

찾고 싶었다. 나의 소명, 나를 나로 살게 해주는 나의 능력. 그래서 돈을 벌면서 이것 저것을 많이 배워보았다. 캘리그라피작가로 7~8년 정도를 경험해본후 시들해졌고 이후 글쓰는 작가가 되었다. 작가인 나는 나의 품격을 올려주었고, 볼품없던 회사원의 나를 든든하게 지탱해주었다. 자연스레 글쓰기는 나의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의 소명.


이런 사실 만으로도 나는 나를 인정해줘야만 한다. 나는 작가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출간된 책이 서점 가장 어두운 구석에 꽂혀있어도, 내가 나를 인정해야만 계속 써나갈 수 있다. 책을 출간하고 나서는 밖에서 그 결과를 찾게 된다. 잘 팔려야 보람이 있는건 사실이다. 출간의 최종 목적은 판매니까. 그래서 출간에만 목을 맬수록 더 외로워져 갔다. 나는 다섯권이나 출간을 했음에도 인정받지 못한 작가라고. 아니, 작가도 뭣도 아니라고. 그렇게 2년을 쉬었다. 때마침 결혼을 해서 ‘아내’역할에 몰입했다. 한동안은 그역할만으로 충분했지만 곧 내안의 내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계속 이렇게만 살건가?’

‘이게 나의 최선인가?’

‘너의 꿈은 이제 없는거야?’

‘작가의 너는 이제 끝이야?’





개꿈부터 조폭꿈까지, 별 요란뻑적한 꿈을 다 꾸는 요즘이다. 꿈해몽을 해보면 한결같이 불안을 향한다. 생각이 많으면 많다고, 일이 잘안풀리면 재능이 없다고 얼마나 많은 나를 탓하는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모습의 나에게 실망만 하는 날엔 물어뜯기거나, 쫓기거나,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꿈을 꾼다. 어젯밤엔 정말로 큰 개에게 물리는 꿈을 꿨는데, 그런 꿈을 꾼날이면 온몸이 아프다. 공포스러운 꿈들 덕분에 지쳐 너덜해진 내생각의 종착지는 이거였다. 

"몰라. 이게 나인걸 어떡해.."

안되는 일에만 모조리 마음을 썼더니 지쳤던것 같다.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쫄리는 요즘을 보내는것도, 안되는 일에만 마음을 쓰는 것도 모두 나니까 인정해주자 라고 생각했다. 


내삶에 생기는 수많은 질문에 답하려면 오히려 글을 써야만 했다. 계속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땅을 파면 발견되는 물처럼 계속해서 글을 향한 열망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의 관심과 누군가를 위한 만족보다 이제는 나를 위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나의 소명으로 ‘계속해서’ 써야만 한다. 육십살 즈음에는 60년을 살아온만큼의 더 다양한 나의 측면돌파 경험을 글로 쓸 수 있겠지? 그럼 얼마나 더 재밌을까. 글쓰기는 나의 무기이기보다 그저 나의 즐거움이다. 이 즐거움을 육십살까지 가져가는 것, 그것만의 지금부터의 나의 목표다. 그것을 잊지말자. 육십살까지.


나는 육십살에도 작가라는 꿈이 있는 즐거운 할머니가 되어야겠다.





쓰는 아도르

사진, 글 adore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dore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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