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하자. 그냥 나의 일을
특별히 글이 잘 써지는 시간대가 있나요?
어떤 공간에서 글이 잘 써지시나요?
제목은 어떻게 정하나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죠?
작가가 될 수 있는 비결은 뭔가요?
글을 쓰는 내게 사람들은 묻는다. 글쓰는 자아인 나 이외의 다른 자아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나요?”라고 디자이너인 나에게 묻는다. 심지어는 같은 사람에게 ‘에세이스트가 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메일을 반복적으로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무언가가 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밖엔 말해줄 수가 없다. “일단 시작하세요! 작가가 되고 싶으면 지금 당장 글을 쓰시고,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그게 뭐든 일단 디자인을 해보세요. 나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잘 정리되어 있다는 여행서를 달달 외워도 내가 직접 그 곳으로 떠나지 않으면 여행에 대해 알 수 없다. 지식은 경험과 다르고 체험하지 않은 것은 나의 기억으로 저장되지 않는다. 어떻게 외웠다 하더라고 체험하지 않은 지식은 언젠가 잊혀지지만 몸이나 마음으로 직접 경험한 지식은 잊혀지지 않는다. 여행을 직접 떠날 사람에게만 지식은 거름이 된다는 걸 수많은 여행을 통해 습득했다.
여러 사람들의 질문처럼 재능이 있는 작가처럼 ‘잘 써지는 날’은 아마도 365일중 많아야 10일정도가 될까? 작가인 내 자아가 글을 쓰기 위해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나의 낙서와 메모들을 들춰보는 일이다. 언젠가의 낙서를 보고 기억을 더듬다보면 쓰지 않았으면 분명 잊혀졌을 반짝이는 보석과 같은 감정과 생각들이 살아난다. ‘그래 맞아, 그때 내가 그런 생각들을 했었지’하고 기억이 떠올려지면 그때부턴 조심스레 후후 불어 쌓인 먼지를 걷어내고 기억의 조각들을 짜맞춘다. 단어에서 단어로 문장에서 문단으로 일단 기억나는 대로 나열을 해보거나 때로는 입으로 말을 내뱉으며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나의 경우 키보드가 지속적으로 타닥 타다닥 두드려지는 바로 그 순간 때문에 계속해서 쓰게 된다. 오늘 아무 일도 없었던 심심한 하루 끝의 허무함이라든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한숨이 늘었다든가, ‘왜 나만’의 동굴에 갇힌 찌질한 이야기라든가 하는 것들도 일단 써놓으면 이야기가 된다.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당신은 지금 어떤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가?
당신은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가?
그 음식을 먹으면서 울어본 기억이 있는가?
오늘은 몇 끼를 먹었는가?
우리의 보잘 것 없는 삼시 세 끼에 대해서라도 일단 써놓으면 언젠가 다시 꺼내 쓸고 닦아 꽤 쓸만한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 모든 사람은 비슷하게 살아가지만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르게 살고 있기에 다들 타인의 일상이 궁금해하고, 들춰보고, 관심을 가진다.
그러니 일단 쓰자. 일단 끄적거리고 낙서라도 하자. 키보드를 두드리든 연필로 쓰든 아이패드에 펜슬로 쓰든 일단 써놓아야만 우리는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계속 쓰는 삶을 산다는 건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을 이롭게 한다. 적어도 쓰지 않는 사람보다는.
쓰는 아도르
사진, 글 ad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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