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고 일과 시작을 위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후 독교종, 별칭 DLS)에 접속했다.
그리고 마주한 이 당황스러운 화면. (접속시간은 7시 45분이었다. 8시 부터라며)
중, 고등학교 도서관은 정기고사 사이 기간이 운영 피크타임이다. 이 시기에 수행평가가 많이 이루어지고, 아이들도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책을 많이 보는 시기이기 때문.
아침부터 도서관을 찾아온 학생들에게 '미안해 얘들아, 오늘 갑자기 대출반납 프로그램이 안되네. 좀 기다려줄래? 기록장에 대출자 학번, 이름, 등록번호 써라'를 무한 반복하니 출근 30분만에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다.
'선생님, 이 책 어딨어요?' 묻는 아이들에게는 검색이 되지 않으니 '00주제가 있는 서가에 가서 한번 찾아볼래?' 라고 하는 수 밖에. 시간이 되면 같이 찾아주겠지만 오늘은 도무지 그럴 짬이 나지 않는다.
자가대출반납기를 운영하거나 RFID 시스템을 도입한 학교들은 현장이 아수라장이라고 했다. 초등학교의 상황은 상상조차 하고싶지 않다.
저 화면을 맞닥뜨렸을 때 '어제 내가 작가와의 만남 행사 때문에 너무 바빠서 서비스 공지를 놓쳤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대부분의 학교 선생님들은 이런 황당한 상황이 터지면 화는 나지만 일단 내가 공지를 못본 것인가부터 생각하는 착한 사람들이다.
지난 여름, 4세대 나이스 전환 과정에서 남의 학교 시험문제가 우리 학교에서 출력되는 기염을 토하는 사건에도 교육부의 기말고사 문항정보표 순서를 바꾸라는 지시에 두말없이(물론 속으로는 쌍욕을 했겠지만) 변경하고, 수행평가 점수를 다 입력해놨는데 저장 오류로 다 날아가는 멘붕의 사태에도 꾸역꾸역 재입력을 하면서 4세대가 아닌 死세대 나이스라 불리던 그것이 대충 안정화 될 때 까지 그 수많은 오류들을 견디며 1학기를 마무리한 사람들이 아닌가. (그리고 여전히 오류는..... 할많하않)
샘들이랑 얘기해보니 안내 팝업이 어딘가에 있었기는 했단다. 그런데 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내 업무포털 공지사항은 매번 조회와 검색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걸 보고 DLS가 정지될 것이라고 생각한 샘들이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DLS는 접속 시 별도의 홈페이지를 쓴다.
그럼 거기에도 정지 팝업을 띄우는게 맞지 않나?
안내 시간도, 날짜도 제각각이다. (아까는 토요일 18시까지라더니 여긴 일요일이네)
아니 그리고 다른걸 다 떠나서 왜 학생들 등교하는 날에 전산 이전 작업을 하는건데???!!!
더 웃긴건 월요일에 과연 제대로 돌아갈까를 모두가 의심하고 있다.
다들 너무도 당연하게 안되거나 오류가 생길 것이라 생각하는 중...
많은 샘들이 말했다. 사기업이었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냐고.
나는 학교에 오기 전에 사기업에서 회사 생활을 나름 오래했던 터라 공공기관의 업무처리방식이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공문서는 한글인데 한글 아닌듯 이렇게 알아보지 못하게 써야 하는건가?(띄어쓰기, 들여쓰기, 온점, 숫자 쓰는 규칙을 보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을 틀려서 결재문서가 반려되면 더 깜짝 놀랄 것이다.)
이걸 이렇게 한다고? 이걸 안한다고? 대체 왜 이렇게 느린건데? 라는 의문 속에서 서서히 이 문화에 적응을 하고 있었는데(다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이런 전산 이전 작업이나 유지보수 작업을 '업무 시간'에 하는 것이다.
도서관을 예로 들어보자면, 학교도서관은 교육부가 주관하여 개발한 독교종을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DLS(Digital Library System) 으로 불리며 도서관의 기본적인 대출, 반납,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자료 등록 및 관리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고, 독교종 사이트에는 독후활동 기록 등 여러 추가 기능들이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아이들이 도서관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점심시간에 느려지거나, 멈추거나, 튕기거나 하는 경우가 매우 잦다. 최근들어 더 많은 오류가 발생해서 사서샘들의 단톡방에 dls가 먹통이다, 왜 한창 바쁜 시간에 매번 문제가 생기느냐 하는 불만 성토 대회가 열리는 경우도 많다.
DLS에 문제가 발생해서 패치 작업을 한다는 시간이 평일 점심 시간이라서 너무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아니 왜 이걸 평일에, 그것도 학교도서관이 가장 바쁜 시간인 12시부터 한다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통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간은 피해서 작업하지 않나?? 만약 출, 퇴근시간에 도로공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민원이 폭주할 것이다.
주말이나 방학 놔두고 이걸 굳이 업무날에 하는걸까. (이건 4세대 나이스때도 똑같은 상황) 특히 금요일에 아이들이 얼마나 도서관에 많이 오는데!
까라면 까는 대표 집단이 군인과 교사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도무지 이 너무도 당연한 업무시간 작업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교육청은 일선학교 현장을 이해는 하고 있는 것일까?
결국 피해는 학생들이 보는 것인데 그것에 대한 생각조차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난 이날 이전할테니 그런줄이나 알아!'로 들려서 더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정말 부득이하게 평일에 이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면 먼저 학교 현장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