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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an 08. 2025

물로 가득 찬 바다



 영화 <소울>은 평생 재즈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주인공 조 가드너가 꿈을 쫓아가다 더 소중한 것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 스토리 중 조 가드너는 그토록 꿈꿨던 유명한 재즈 뮤지션 윌리엄스와 함께 공연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첫 무대가 끝난 후 별다르지 않은 감정에 큰 당황을 하며 윌리엄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꿈을 이루면 좀 다른 느낌일 줄 알았어요."

그러자 윌리엄스는 여유로운 표정을 그에게 물고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가 있단다. 그는 나이 든 물고기에게 헤엄쳐 간 뒤 바다를 찾고 있다고 말했지. 그러자 나이 든 물고기가 뭐라고 했는지 아니?"

그녀는 한 템포 쉬고는 그의 표정을 살피며 물고기 흉내를 내며 그들이 대화를 마저 들려줬다.

"나이 든 물고기가 이렇게 말했단다. 지금 네가 있는 곳이잖니?"

"그러자 어린 물고기가 이렇게 대답했지. 여긴 물인걸요. 제가 찾는 건 바다라고요!"

 조 가드너는 그 이야기를 들은 뒤, 자신이 그동안 큰 착각과 환상 속에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소울> 영화를 보며 조 가드너에게 큰 몰입을 했다. 막막해도 현실보다 꿈을 좇는 주인공의 이야기. 하지만 막상 꿈을 이루었을 때 크게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실망하는 결말. 물론 영화의 굵직한 이야기의 중심은 이 부분이 아니지만 난 이 한 장면으로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윌리엄스는 조 가드너에게 물고기 이야기를 들려주며 중요한 본질에 대해 언급한다. 바로, 물과 바다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물은 바다로부터 시작되어 강과 호수와 하수구와 시냇물로 뻗어나간다. 결국, 우리는 어디에 있든 본질적으로 '물'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잊는다면 우리는 자신이 있는 곳이 곧 자신의 전부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곧 자신의 가치라 판단한다.


 (조금 스포를 하자면) 영화 <소울>에서 조 가드너가 훌륭한 재즈피아니스트가 되었는지 아닌지는 이 이야기에서 중요하지 않다. 그는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영화를 직접 보시길) 깨닫게 된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무엇이 되었느냐가 아니라 내가 존재하느냐라는 것을 말이다. 즉, 바다에 있는지 작은 시냇물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스스로 '물'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매 순간 흘러가는 인생을 즐기는 것에 참된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는 물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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