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까칠한 고양이 한 마리와 산다. 고양이의 일과는 나만큼이나 단조롭다. 나와 판박이처럼 똑같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따라 하는 것인데 그게 나인지 고양이인지 모르겠다.
고양이는 시끄러운 소음에 예민하다. 큰 소리가 나면 나의 허벅지까지 튀어 오른다. 나는 겁이 참 많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화들짝 놀란다. 고양이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다. 내가 밥을 먹으면 화장실을 가고 내가 화장실을 가면 밥을 먹으러 간다. 그리고 나 또한 비슷하다. 에세이를 쓰다 보면 소설이 쓰고 싶어 지고 소설을 쓰다 보면 에세이가 쓰고 싶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서로가 거울처럼 비출 때는 책상이 있을 때다. 내가 의자에 앉고, 고양이가 책상에 앉는 순간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화장실 마려운 것도 모른 채 우리는 서로의 시간에 집중한다. 탁탁탁. 나는 키보드 소리를 같이 들으면서 글노동에 빠져들어간다. 고양이는 그 소리에 깊이 잠이 든다.
그러다 가끔 기지개를 피고 거실로 나간다. 그러면 언제 잠들었냐는 듯 고양이가 내 뒤를 졸졸 쫓아온다. 우리는 소파에 앉아 하품을 크게 한다. 우리의 휴식은 늘 서로를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