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 Apr 17. 2024

갓파는 물속에 아직 살아있다.

귀여운 갓파를 아시나요?


오늘은 일본 전설의 동물 '갓파'를 소개하려 한다. '갓파'는 물속의 사는 정령 또는 요괴로 불리는 일본 대표 요괴 중 하나다. 애니 속에서는 기존 모습보다 좀 더 귀엽게 그려졌지만 녹색 피부, 새의 부리, 거북이 등껍질, 물갈퀴, 정수리 대머리 등의 '갓파' 특징은 모두 잘 살아있다.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2007) 


'갓파'의 특징을 좀 더 살펴보면, 정수리 가운데 깊은 홈이 파여 있는데 그곳에 물이 메마르면 기운을 잃고 오랫동안 지속되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 갓파는 물과 가까이 있어야만 하는 생물인 것이다. 그리고 수영을 물고기만큼이나 잘하며 오이를 좋아하고 씨름을 잘한다고 한다.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2007)







물을 지키는 수호신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2007)


애니 속에서 '갓파'는 에도시대 때 등장한다. 일본에 요괴문화는 실제로 이 시기 때 대부분 형성되었다. 주인공 '쿠'는 자신들의 터전이었던 습지를 모두 밭으로 바꾸려는 인간들을 막으려다 변을 당한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그 후 큰 지진이 찾아오면서 오랫동안 땅 속에 묻히게 된다. 그리고 100년 후, 현시대에 우연히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쿠'는 '코이치'라는 초등학생에 의해 다시 살아나게 된다.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의 터전은 물론이고 종족까지 모두 다 멸종된 지 오래였다. 그는 코이치의 도움으로 다른 갓파를 찾아다녔지만 결국 헛수고였으며 오히려  언론에 노출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세상은 전설 속에만 존재했던 환상 속 동물의 등장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갓파를 품어준 코이치 가족들은 개의치 않아 하며 쿠와 함께 살기를 원했지만 쿠는 그곳을 떠날 것을 결심한다. 


쿠는 '갓파답게' 살기를 원했다. 그래서 갓파의 친척쯤 되는 정령의 도움으로 인적이 드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영화는 쿠가 인간과 함께 사는 결말 대신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결론으로 마무리 짓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쿠는 자신의 이름은 인간이 지어줬으며, 언젠가는 다시 '코이치' 가족에게로 돌아갈 것이라 다짐한다. 




수호신이자 동시에 요괴인 존재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2007)


농경사회 시기에는 '정령'을 믿는 토속신앙이 존재했다. 애니미즘과 같이 무생물이나 자연을 숭배하는 사상이 흔했다. 그리고 물귀신인 '갓파'도 물의 '정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아이를 잡아가 익사시킨다는 무서운 물귀신이기도 했지만 물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신격화되기도 했다. 사람의 상상 속 존재는 언제나 입맛대로 변화되어 왔다. 


하지만, 기계문명이 이루어지면서 인간은 자연의 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착각하기 시작한다. 태풍에도 끄떡없는 튼튼한 유리로 된 빌딩 안에서 일을 하고, 자외선 차단이 되는 집에서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연의 영향을 받지 않아 날씨로 인해 밤에 불을 못 키는 일도, 무섭고 두려워서 잠을 설치는 일도 없어졌다. 우리는 더 이상 자연 앞에 겸손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현대사회에 '쿠'는 더 이상 물을 지키는 수호신이 아니라 신기한 현상 하나에 불과했다. '요괴'는 인간의 지식 범위를 벗어난 기이한 현상이나 그것을 일으키는 불가사의한 힘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낸 상징이었다. 문명의 발전으로 더 이상 자연을 신격화하는 자연숭배사상은 사라졌지만, 우리는 '요괴'와 함께 '겸손함'까지 잃어버렸다.  


우리는 자연을 신격화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우리의 오늘 하루가 자연의 희생으로 온 것임은 잊지는 말아야 한다. 튼튼한 집을 소유할 수 있는 것도, 해가 없는 밤에도 밝은 빛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노트에 손글씨로 일기를 쓸 수 있는 것도, 질 좋은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자연으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이다. 



물속에 살아 숨 쉬는 갓파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2007)


'쿠'는 인간이 지어준 이름으로 자신의 자리로 다시 되돌아갔다. 그러면서 인간으로 변신하는 변신술을 배워서 언젠가는 코이치랑 가족들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 말한다. '쿠'는 자신을 거둬준 인간들과 충분히 살 수 있음에도 자연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다시 되돌아가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쿠'가 나중을 선택한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쿠'가 말하는 다시 되돌아갈 날을 기약하는 건 우리가 정말로 '쿠'를 언론에 띄우는 화젯거리가 아닌  '쿠'가 처음 발견된 강에서 헤엄을 쳐도 '이상하다' 인식하지 않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쿠'는 자연 그 자체로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오래전 인간이 자연을 훼손시키면서 멸종된 동물을 대변하기도 하며 자연이 가진 불가사의한 힘을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가 망쳐놓은 자연과 그곳에 살던 동물들이 다시 되돌아올 수 있는 시기가 비로소 '쿠'가 '코이치'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때 일 것이다. 




'쿠'는 인간이 지어준 이름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살아간다. 이것이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 이름을 통해  '코이치'도 '쿠'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으며, '쿠'도 '코이치'를 생각한다. 기억 속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우리는 회복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한다. '쿠'가 다시 올 터전을 위해서라도 강은 메마르지 않고 흘러야 한다는 것을. '갓파'는 여전히 물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이전 06화 주토피아에는 왜 신발이 없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