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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pr 24. 2024

동물들이 집을 찾아 탈출했다.

<마다가스카> 뉴욕4총사를 통해 '진짜 집' 의미를 찾아보기 



오늘 소개할 동물 애니메이션은 <마다가스카>다.


뉴욕 동물원 동물 4총사가 진짜 '집'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들은 인간이 정해준 '동물원에서의 삶'을 청산하고 스스로가 원하는 '가장 자신다운 삶'을 찾아 떠난다.




뉴욕4총사 탈출기


뉴욕4총사 구성원을 다음과 같다. 

뉴욕 동물원 인기 스타 알렉스(사자), 더 큰 세상을 원하는 마티 (얼룩말), 당당한 성격을 가진 글로리아(하마), 몸이 약하고 소심한 멜먼(기린) 


마티(얼룩말)는 무료한 동물원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 사고를 치게 된다. 동물원을 진짜로 탈출한 것이다. 그리고 그를 따라나선 친구들(사자, 하마, 기린). 


요즘 TV에 '동물원을 탈출한 동물' 뉴스를 꽤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소식을 접한 우리는 '역시 동물원은 동물들에게 좋지 않아"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놀랍게도 <마다가스카>에 나오는 뉴욕4총사는 조금 달랐다. 





집에 보내주세요.


뉴욕4총사는 얼마 지나지 않고 제압된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 항의에 의해 그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게 된다. 생각지도 못하게 잠시 무료함을 떨쳐내기 위한 '외출'이 '가출'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자신들의 집인 '동물원'이 아닌 새로운 집인 '야생'으로 보내지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그들은 '야생'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알렉스(사자)는 야생에서 본능에 눈을 뜨게 된다. 친구인 마티(얼룩말)가 맛있는 고기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알렉스는 이내 집(동물원)에서 특급 대우를 받던 때를 그리워한다. 누워서 관리를 받고, 질 좋은 고기를 매일 공급받으며, 그저 엉덩이 춤만 좀 추면 되는 인생. 조금은 지루할 때도 있지만 안락하고 안전이 보장된 삶.





집을 찾아 떠나는 여정


 결국, 그들은 다시 집(동물원)으로 떠난다. 여기서 시즌1 스토리는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시즌2에서는 집(동물원)으로 가는 도중 경로를 이탈해 부모님을 만나는 극적인 스토리가 전개된다. 알렉스(사자)는 자신의 진짜 고향을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른 친구들도 진짜 야생에서 살고 있는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이곳에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결국 다시 진짜 원래 살던 집(동물원)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린다. 


시즌3에서는 집(동물원)에 가기 전 마지막 여정으로 동물 서커스단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는 또 다른 새로운 동물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결국, 돌고 돌아 그렇게 원하던 집(동물원)으로 다시 오게 되지만 이전과 절대 같을 수가 없음을 깨닫는다. 



그들은 이미 너무 넓은 세상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동물원에 다시 되돌아온 후 뉴욕4총사가 대화를 하는 장면이 인상 깊다. 돌아온 것을 후회하는 친구들에게 먼저 탈출을 제안한 마티(얼룩말)는 죄책감에 먼저 말을 꺼낸다. 



“여길 안 떠났으면 이렇게 슬퍼할 일도 없었을 텐데” (마티, 얼룩말) 

“여길 떠났던 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였어. 나가서 진짜 삶을 살아봤잖아.” (알렉스, 사자) 

“살아있다는 그 느낌, 처음이었어” (마티, 얼룩말)

서커스 친구들과 있을 땐 집처럼 편했었지?... 다시 돌아가면 어떨까?”   (알렉스, 사자) 



마티와 알렉스의 대화를 보면 느낄 수 있다. 그들에게 진짜 집은 동물원이 아니라 서커스였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다시 한번 탈출을 시도한다. 첫 탈출은 호기심이었다면, 이번 탈출은 진짜 집을 찾아 떠나는 탈출인 셈이다. <마다가스카>는 1-3편에 걸쳐 결국 뉴욕 4 총사가 서커스단으로 가는 긴 여정을 담았다. 그들은 마침내 진짜 집을 찾은 것이다. 





동물원 말고 서커스


그렇다면 왜 뉴욕4총사에게는 동물원이 아닌 서커스가 진짜 집이 되었을까? 


사실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꽤 있었다.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동물원 vs 친구들과 함께하는 서커스. 그리고 또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시즌2편에서 나왔던 진짜 야생이다. 심지어 부모님까지 있는 알렉스(사자)에게는 그야말로 진짜 고향인 것이다. 그들은 왜 모든 선택지를 제외하고 진짜 집으로 서커스를 선택했을까?


그 해답은 알렉스가 가지고 있다. 시즌3편에서 서커스단에 몰래 잠입을 했을 때 상황이다. 동물 서커스단은 예전만큼 인기가 있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때 알렉스는 자신이 서커스단을 새롭게 이끌어보겠다며 그들 앞에 나선 것이다. 그때 알렉스는 해결책으로 조련사를 빼자는 획기적인 제안을 한다. 




“조련사를 빼자는 거야. 우린 열정이 있고 감성과 본능이 있기 때문이야” 

100% 동물 서커스를 만들 거야. 열정이 있으면 어디든 가” (알렉스, 사자) 


알렉스 제안에 서커스 중심 단원이었던 치타가 살짝 기뻐하면 이런 말을 한다. 


"그럼 ‘앉아-서-굴러’ 묘기를 더 이상 안 해도 되겠네?"


일반 서커스는 동물을 조련하는 방식이다. 조련이란 인간의 방식으로 동물에게 묘기를 선보이게끔 훈련시키는 일인 것이다. 알렉스가 서커스에서 '조련'을 없애자는 말에는 큰 상징이 있다. 묘기가 중심인 서커스에서 '조련'을 통해 만들어진 기술을 제외하는 대신 자신들의 감성과 본능으로 새로운 묘기를 선보이자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동물을 다루던 방식을 벗어던지고 진짜 자신들의 본능답게 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치타에게 지금까지 해왔던 '앉아-서-굴러'는 자신다운 행위가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공식 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인간이 정해준 방식을 탈피해 자신들만의 방식을 만들기를 시도한 것이다.


동물원과 서커스는 중요한 공통점을 가졌다.

인간이 구경꾼이라는 점이다. 즉, 인간이 소비의 주체인 것은 변함없다. 하지만, 적어도 <마다가스카>에서의 동물원과 서커스에 차이점은 알렉스가 만든 혁신적인 '조련'이 없는 동물 서커스라는 점이다. 인간이 원하는 방식대로 사는 것이 아닌,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는 곳이 결국 그들에게 진짜 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알렉스는 왜 고향을 떠났을까


그렇다면 동물원  vs 서커스가 아닌 진짜 야생은 왜 그들에게 집이 되지 못했을까. 그건 아마도 그들이 '야생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동물들의 집이 무조건 '야생'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들은 평생 자신답게 살지 못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의 가정집에서 태어나 평생을 가정집이라는 세계에서만 살았던 고양이에게 '야생'은 절대로 집이 될 수 없다. 그들은 '야생'에서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길 생활에 적응하기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동물원은 과연 옳은가'라는 문제를 여전히 안고 살아간다. 완벽한 정답은 없을 것이다. 동물원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건 옳은가'라는 문제도 동일하다. 중요한 건 <마다가스카> 뉴욕4총사처럼 인간의 방식이 아닌 동물의 방식으로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냐는 문제가 되지 않다는 점이다.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호랑이답게 살 수 있다면 괜찮지만 호랑이답게 살지 못한다면 옳지 않은 것이다. 같은 땅을 밟으며 사는 한 우리는 동물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들과 우리의 경계를 치고 땅따먹기 식으로 땅을 나눠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야생'에만 살아가는 동물만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뉴욕 도심 속 고층 아파트에 평생 사는 강아지도 있을 것이며, 동물원에서 한평생을 보내는 사자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도시, 동물=야생'으로 공간적 분리로 우리의 공존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인간 세상에서도 계급을 나누고 종을 나누는 차별밖에는 남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공존이란 함께 사는 것이지 각자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찾아볼 수 있는 동물들이 그 자리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뉴욕4총사는 서커스에서 가장 자신답게 살아갈 것이다. 비록, 인간을 위한 광대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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