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기에서 뛰는 걸 본 뒤 감독님이 항상 내게 하는 말이 있다.
“너무 조급해. 여유를 더 가져”
‘여유요?’
처음에는 풋살과는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공격과 수비가 쉼 없이 바뀌며 격렬하게 오가는 플레이 속 조금만 어버버 하면 공을 바로 뺏기는데 무슨 여유란 말인가. 아직 풋린이로서 그저 내 중심적인 시각으로 생각했을 때는 ‘여유를 가지라’는 말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아주 오랫동안 장롱면허 상태를 유지하다가 내 차가 생기고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한 지 4년이 되어간다. 옛날에는 차선 변경하는 게 그렇게 무섭고 두려웠다. 내비게이션에서 우회전하거나 좌회전을 해야 하는 표시가 뜨면 해당 지점이 가까워지기 2KM 전부터 초조해하며 떨었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차선을 변경하거나, 한껏 넓어진 시야로 도로 상황을 보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내가 참 많이 발전한 것 같아서 뿌듯함을 느낀다.
순간 ‘이게 감독님이 말한 여유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보운전 딱지를 떼지 못했던 시절, 메인도로로 차선이 합류될 때 실선이 점선으로 바뀌는 구간이 나오자마자 깜빡이를 켜고 급하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런데 이렇게 급격한 끼어들기는 정체를 유발하고, 결과적으로는 더 느리게 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보통 차선이 합류되는 구간에는 점선 구간이 긴 도로에는 바로 차선을 바꾸는 것보다 차선이 합류되는 마지막 화살표가 있는 곳까지 직진해서 거기서 차선을 변경하는 것이 빠르기 때문이다.
또 운전하다 보면 이런 상황이 많지 않은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내 앞에 차가 너무 느리게 가는 것이다. 바로 깜빡이를 켜고 양옆 차선 중 비어 있는 곳으로 변경했는데 막상 그곳에 가니 또 다른 거북이 빌런이 있어 내 속도는 오히려 더 느려지고 애초에 내 차선을 변경하게 만들었던 그 원조 빌런이 얄밉게 쌩하고 내 옆을 지나간다. ‘그냥 차선 바꾸지 말고 원래 도로에서 계속 갈 걸…’ 후회가 드는 순간이다.
이렇듯 운전을 잘하기 위해서는 당장 내 앞의 자동차뿐만 아니라 도로의 전체적인 흐름을 봐야 한다. 당장 1차선에 차들이 많고, 2차선에는 별로 없어서 여유로워 보이는 상황이더라도 2차선에 있는 차의 속도보다 1차선의 차들이 움직이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답답한 상황 잠깐만 참으면 결과적으로는 더 빠르게 갈 수 있다. 결국 운전을 잘하려면 여유를 가져야 한다.
다시 풋살로 돌아가보자. 여유가 없을 때는 이런 실수를 한다.
공을 일단 차분히 받아 놓고 그다음 동작을 해야 하는데, 가까이에 수비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작정 뻥 걷어찬다.
반대편에 있는 팀원을 보지 못하고 무리하게 돌파하려다가 공을 뺏긴다.
골대 앞 수비 상황에서 무작정 걷어내려다 상대팀 공격수의 몸에 맞고 공이 굴절되어 위험한 상황을 만든다.
반대로, 여유가 있을 때는 이런 상황이 가능해진다.
패스를 받기 전에 주위를 살핀 다음 아무도 없다면 침착하게 공을 받고 드리블을 한다.
앞으로 공을 줄 때가 마땅하지 않을 때는 뒤로 공을 패스하며 공을 계속 점유한다.
슈팅하려는 상황에서 수비수나 키퍼가 가깝게 붙으면, 한 번 접거나 반대편에 있는 우리 팀에게 패스를 한다.
말로는 쉬운데 막상 경기만 하면 어찌나 시야가 좁아지는지! 대체 나는 언제쯤 여유를 갖게 될까. 아직은 너무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