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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Feb 18. 2020

25살, 취업을 포기하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에서 보낸 1년

2016년 2월, 그러니까 내가 25살이 되던 해 나는 취업을 포기하고, 아프리카 말라위로 떠났다.


한국 소재 NGO의 말라위 지부에서 운영하는 유기 농업 프로젝트에 1년 동안 참여하는 해외 봉사였다.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아프리카는 내 인생에서 절대 밟을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머나먼 대륙이었다.


실제로 말라위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황열, 파상풍 등 팔뚝이 멍들 것 같았던 5개 이상의 예방접종에, 홍콩과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의 수도)를 경유하며 30시간 이상을 비행기로 이동하며 왜 아프리카라는 대륙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닿지 않은 모험의 대륙인지 느낄 수 있었다. 말라위로 가는 길은 험난했지만 막상 도착하고나니, 피부색과 언어만 다르지 그래도 그곳도 다 사람 사는 곳이었다. 


해맑게 웃어주는 아이들



왜 아프리카?


한국이 싫어서

당시 나는 대기업 취업만을 좇는 한국의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전공도, 특기도, 각자 경험도 다 다르지만 졸업할 때가 되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사진관에 가서 프로필 사진을 찍고, 대기업 취업 준비를 하는 모습이 너무 기형적이라고 생각했다. 무리에서 튀지 않아야 하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소수의 유명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성공한 인생으로 인정받는 한국 사회에서 나는 생각보다 순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사실 내가 그렇다고해서 취업 준비를 아예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활 동안 휴학도 몇 번 하면서 인턴십, 교환학생, 봉사활동 등 정말 많은 경험을 했는데 막상 졸업할 때가 되도 정말 졸업 후에 무엇을 해야할 지 막막했다. 답이 없어 보였다. 내가 원하는 길에 대한 방향 감각이 없으니 그냥 나도 휩쓸려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역시나 점점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 답답함을 느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하기 싫은 일을 하니, 반대로 내가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지게 되었다.


돈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위해 일하고 싶어졌다.

 

내가 하는 일의 사회적 명성이 높지 않더라도, 내가 하는 일이 이 세상을 더 나은 미래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부심 있게 일하고 싶어졌다.

사진 찍는 것을 정말 좋아했던 말라위 아이들


선한 가치를 위해 사는 삶

이렇게까지 생각이 미치니, 오히려 결정하기는 쉬웠다. 나는 과감히 취업의 길을 걷지 않기로 결심했다. 기꺼이 더 모험을 감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먹은지 얼마 안되어 막상 괜찮은 기회가 없으면 어떡하지 불안했다. 그래도 간절하면 그 뜻이 하늘에 닿는다고 하던가.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현지 지부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 NGO에서 1년 동안 봉사단원으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다.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말라위는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도 GDP기준 최빈국에 속하는데, 생명 농업(=유기 농업)을 통해 아프리카 말라위 사람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마을 공동체를 건설하고자 하는 그 단체의 비전과 사업에 단번에 매료되었다.  


말라위 농민 공동체 텃밭에서


당시 찾아본 기관 중에는 비교적 가까운 아시아에 지부를 가지고 있는 기관도 많았는데, 그래도 난 기왕이면 아시아보다는 아프리카에 가고 싶었다.  '이때 아니면 내가 인생에서 언제 아프리카를 가겠어' 하는 생각과 남들과 똑같은 평범함은 거부하는 나의 청개구리 기질이 제대로 발동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말라위 현지 지부장님(한국인)이 내가 예전에 A기관에서 인턴십을 했을 때 한 번 업무차 대면한 적이 있는 분이었다. 한 때는 존재조차 몰랐던 국가였지만 갑자기 온 지구의 기운이 나를 말라위로 부르는 것 같았다. 


죽을 수 있다는 것도 각오했다


혹시 모를 사고로 인하여 생명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각오했다. 아니나 다를까 교환학생, 여행 등 각종 해외로 나가는 활동에는 관대했던 부모님도 절대 아프리카는 안 된다고 완강히 반대하셨다. 


"엄마, 사람은 재수가 없으면 한국에 살면서도 교통사고 당해서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어. 설사 내가 죽더라도 아프리카가서 내가 하고 싶은 경험을 했다면 후회가 없을 것 같아" 


우물 안에 갇히는 것보다 차라리 위험하더라도 우물 밖에 나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당당하고 결연한 딸의 의지에 결국 부모님은 두 손 드실 수 밖에 없었다.  


운명의 부름에 응답하듯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려갔던 아프리카 말라위. 자원, 인프라가 부족한 환경,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해 활동의 제약이 있었지만 아프리카를 경험하면서 내 세계는 더욱 넓게 확장할 수 있었고, 그 어느 때보다 나는 자유로웠다. 내 20대의 한 가운데, 말라위에서 보낸 1년은 내 인생에서 단연 최고로 뽑는 경험이 되었다. 



P.S

사실 조금만 찾아보면, 장-단기로 해외 봉사를 다녀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정말 많다. 불과 몇십년 전만해도 원조를 받는 개발도상국에서 이제는 어엿히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인지라, 우리나라 정부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개도국을 대상으로 롤 모델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다가 청년 취업이라는 정책과 맞물려 1년 이상의 해외 봉사활동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더 많은 분야라 정말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기회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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