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 말라위
말라위? 말라리아?
대부분의 사람은 말라위라는 국가를 생소하게 여기고,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사실 아프리카는 55개의 국가가 있는 세계에서 아시아 다음으로 큰 거대한 대륙이지만, 종종 마치 하나의 국가처럼 여겨지진다. "나 아시아 여행 다녀왔어 혹은 나 아메리카 다녀왔어" 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나 아프리카 여행 다녀왔어" 라는 문장이 우리들 사이에서는 그리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무지하다기 보다는 한국와 아프리카 사이에 존재하는 물리적인 거리와, 거의 없었던 역사적 교류, 또한 힘을 가진 대륙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어쩌다보니 이름도 생소한 말라위라는 국가에서 나는 1년 동안 살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을 찍는 것이 꿈꿔왔던 인생의 목표가 정말 아니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그냥 이대로 취업'과 '조금만 더 모험'이라는 선택지 중에 아프리카 말라위행 비행기를 택했다. 막상 살아보니 말라위는 생각보다 사람이 살만한 곳이었다. 되는 것도 정말 없고, 그렇다고 정말 안되는 것도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곳, 아프리카 말라위를 소개하고자 한다.
말라위는 아프리카 남동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이다.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Warm Heart of Africa)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말라위 국토의 모양이 심장과 같이 생겨서이기도 하고(착한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정말), 정 많고 친근한 말라위 사람들의 온화한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말라위라는 국가를 처음 접 것은 한비야의 책을 통해서였다.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은 흐릿하지만 한비야의 기억 속에서도 아프리카 말라위는 가난하지만 그래도 정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묘사되었던 것 같다.
여느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말라위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64년에 독립하였다. 그래서 현지어 '치체와어'와 더불어 영어가 말라위의 공용어이다. 현지 사람들 중에 중등 교육 정도를 수료한 사람들은 영어를 꽤 잘한다.
실제 제가 겪어 본 말라위 사람들은 정말 친근하고, 정이 많았다. 길에서 눈이라도 마주치면 꼭 인사를 나누고, 처음 보는 그 누구와도 이미 알던 사이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사람의 일이라도 자기 일처럼 진지하고, 열심히 도와준다. 이런 온화한 성향 때문인지, 말라위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서 비교적 안전한 편에 속한다. 물론 강도, 소매치기 등의 사건은 비일비재하지만, 물건만 가져가지 목숨을 가져가지는 않는다(?).
말라위는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도 가난한 편에 속하는데 왜 유독 안전한 편에 속할까 생각해봤는데, 빈부격차가 크지 않고, 국가 전체적으로 가난한 것이 비교적 평화로운 국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라위는 석유, 광물 등 매장된 자원이 거의 없다(이런 점에서는 우리나라랑 비슷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민이 자급자족하는 농업에 의존하고 있다. 큰 돈을 노리고 자원 개발을 하러 진출한 국가도 거의 없고, 자원을 가지고 쟁탈하는 내전도 없다.
말라위는 국토의 1/3 정도를 차지하는 호수가 유명하다. 호수가 너무 큰 나머지 실제로 보면 그냥 바다처럼 느껴진다. 자연스레 말라위의 유명한 관광지들은 이 기다란 호숫가 곳곳에 위치해있다. 바닷물이 아니기 때문에 염분이 없어 수영하기에 좋았다.
아직 관광지 개발이 잘 되어있지는 않아 말라위 호숫가는 관광지와 현지 어촌 마을 경계가 불분명하다. 모래사장을 따라서 나무로 만든 배와 그물이 길게 늘어져 있고, 실제 이 배로 낚시를 나가 잡아온 생선을 주식으로 생활한다. 호숫가 물로 빨래하는 현지인들을 볼 수가 있는데, 빨래를 모래사장에 널어서 말리는 모습이 처음에는 약간 충격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주식이 쌀이라면, 말라위의 주식은 옥수수이다. 우리나라의 밥으로 칠 수 있는 것이 시마(Nsima)이다. 시마는 옥수수 가루를 물에 넣어 엄청 꾸덕해질 때까지 계속 저어 만든다. (이게 말로는 쉽게 느껴져도 엄청난 팔의 힘과 스킬이 필요한 일이다.)
시마를 먹는데 숟가락은 필요하지 않다. 초밥의 밥만큼 약간 덜어 손으로 줬다폈다해서 찰지게 만들어 입에 쏙 넣는다. 식감은 약간 백설기 떡이 그나마 가장 가깝고, 시마자체는 어떠한 간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말 무맛(nothing)이라 콩, 야채무침, 고기 등 반찬과 곁들여 먹어야 한다.
나는 시마를 먹는 손이 서툴러 손바닥 전체에 엄청 묻히면서 더럽게 먹었는데, 능숙한 현지인들은 얼마나 깔끔하고 프로페셔널하게 먹던지!
보통 외국에 살다오면, 그 나라의 음식의 향수에 젖는 경우가 많은데 나같은 경우 시마는 한 번도 그리워 한 적이 없다...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