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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May 02. 2020

아프리카에서 옥수수가 자라기 힘든 이유

아프리카 말라위 식량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서 떠난 여행  

 

2020년 상반기,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COVID- 19) 때문에 난리다. 단순 개인의 불편을 넘어 국가 의료시스템 붕괴, 막대한 경제적인 손실까지 입혀 총, 폭탄만 없지 마치 21세기형 전쟁과 같다. 처음에는 '2-3개월이면 사태가 진정되겠지'했는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초국적인 전염병 앞에서 일반 시민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마스크 하기, 손 자주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개인위생에 신경 쓰면서 반대로 내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에 국한된다.


이런 유례없는 재난의 한가운데에 있자니, 4년 전 아프리카 말라위에 있을 때 당시 심각한 가뭄 및 이로 인한 식량난 때문에 괴로워하던 말라위 국민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던 때가 생각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일을 제대로 벌렸다. 이름하여, 푸드 파이터 (Food Fighter) 프로젝트였다. 되돌아보면 기후 변화 및 뿌리 깊은 그들의 농경문화가 초래한 사회 문제 앞에서 그들에게는 외국인인 우리가 벌린 일들은 하나의 부스러기에 불과했지만, 당시 우리는 열정적이었고, 진심으로 몰입했다.






당장 오늘 먹을 쌀이 부족하다면 어떨까


1992년에 태어나 21세기 대한민국에 살면서 입을 옷이 없어서, 당장 먹을 음식이 없어서, 잘 곳이 없던 것이 나의 주된 걱정거리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보다는 의, 식, 주가 뒷받침된 상태에서 더 좋은 사회적 지위를 위한 관문이었던 수능, 취업,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나를 갉아먹었던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나 내가 1년 동안 시간을 보낸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 말라위의 상황은 대한민국과 많이 달랐다. 2016년의 말라위는 국가적으로 특히 '식'으로 인한 고민이 깊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옥수수 부족 사태를 겪게 되어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할 지경이었다. 우리의 주식이 쌀인 것처럼, 말라위 사람들의 주식은 옥수수이다. 옥수수 가루를 물에 풀어 계속 저어주어 진득하게 떡처럼 만든 시마(Nsima)를 다른 반찬과 곁들여 먹는다. 그런데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옥수수 공급사정이 좋지 않았고, 이러한 가뭄은 국민의 대부분이 농업에 의지하는 말라위를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다. 이런 식량난은 말라위 뿐 아니라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 식량계획(WFP)은 이러한 가뭄이 초래한 식량난 사태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이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좌> 옥수수 가루로 만든 말라위 사람들의 주식 시마(Nsima) <우> 가뭄으로 인해 말라붙은 옥수수 밭


당시 내가 봉사 단원으로 일하던 NGO는 말라위 농민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한창 비가 내려야 할 농번기에 비가 오지 않아 우리 기관이 사업을 운영하던 마을의 대다수의 농민들은 평소 수확량의 1/4 정도만 수확하는 심각한 흉작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옥수수 가루의 가격이 이전보다 1.5~2배 폭등하여 데이케어센터 어린이들을 위한 급식 제공에도 차질이 생겼다. 어려워진 가계 사정으로 등록금을 내지 못해 출석하지 못하는 아동의 수가 늘어나고,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옥수수 밭을 지켜보고 있자니 나 또한 고민이 깊어졌다. 내가 봉사하는 마을 사람들이 가지는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이 문제로 영향을 받는 말라위의 사람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나와 함께 파견된 봉사단원들이 일하는 기관도 식량난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다.


나무를 그리면, 문제의 진짜 원인이 보인다


말라위에 파견되기 전 합숙 훈련을 받으면서 배운 것이 있는데, 바로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떠올리기 전에 먼저 문제 나무(Probelm tree)를 그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가운데에 두고, 아래로는 이것을 초래한 원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찾아 적는다. 그리고 위로는 이 문제가 궁극적으로 초래할 결과에 대해 적는다. (원인-문제-결과의 관계를 잇는 구조가 뿌리, 몸통, 가지로 이루어진 나무의 구성과 비슷해 문제 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다.) 본디 사회 문제라는 것은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되는 것이 드물고, 여러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초래된 문제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렇게 문제 나무를 그리는 것은 전체의 그림을 보지 못하고 단편적인 해결책을 도출로 끝날 수 있는 오류를 미연에 방지해준다.


문제 나무를 통해 분석한 말라위 식량난의 원인과 예상되는 결과


말라위 식량난을 초래한 결정적인 원인은 가뭄이었지만, 사실 가뭄 외에도 식량난 문제를 더욱 고착화하는 여러 원인이 있었다. 우리는 식량난 문제를 초래한 여러 원인 중에서 농업 지식 및 기술 부족, 단일 작물 재배 관습(옥수수), 관개시설 부족, 불합리한 유통구조, 무분별한 벌채를 주요 원인으로 규정하고,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지 기관 및 회사를 수소문하여 이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푸드파이터, 그 여정의 끝에 우리가 배운 것은


3개월 동안 식량난을 야기한 여러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 분석하고, 이에 알맞은 기관 선정을 통해 해결책을 차근차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름 고민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말라위 내 NGO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나누면 좋을 것 같아 공개적으로 결과 공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말라위의 식량난 문제를 바라보고, 찾아낸 해결책의 효과가 미미하겠지만 우리의 자그마한 날개 짓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탐방 결과를 공유한 개인, 단체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임팩트를 끼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현지 기관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정리하여 발표도 했다.


푸드파이터 프로젝트를 통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능동적으로 말라위 식량난과 관련된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말라위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내가 밟고 있는  땅과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이해할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말라위 내의 많은 기관들이 식량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다양한 기관의 사례를 접하면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는 시야를 보다 넓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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