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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Aug 26. 2020

국토의 1/3이 물인 나라

최고의 관광지, 말라위 호수

코로나 19로 인해 하늘이 막히고, 바다와 땅에서의 이동도 자유롭지 못한 지금 간절히 떠오르는 나라가 있다. 바로 2016년 봉사활동을 하면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던 아프리카 말라위다. 말라위에 대해 처음에 접한 정보 중 하나는 말라위의 국토의 1/3이 호수라는 것이었다. '말라위는 주변 아프리카 나라들에 비해 안 그래도 영토도 작은데, 그중 3분의 1이 호수라면 약간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말라위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 거대한 호수가 국토 개발 및 거주지 마련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아 아쉬움이 들 수도 있겠지만, 1년을 살다 간 여행자에게 말라위 호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였다. 주변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말라위는 국토 개발이 덜 되어 있고, 국립공원 등의 관광지가 턱없이 부족한 편이라 호수는 그야말로 말라위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이다.


진짜 호수가 말라위 영토의 1/3 가량을 차지한다


말라위 호수는 세로로 매우 긴 형태를 지녔는데, 그중에서도 유명한 몇 개의 호숫가는 저마다 각기 다른 지형과 특징으로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육지에 둘러 쌓여 있어 호수로 분류되는 것이지, 실제 보면 이건 뭐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처럼 느껴진다. 덕분에 물이 짜지 않아서 수영하기에 좋았다는 장점도 있었다. 말라위에서 1년을 되돌아보면 호숫가에 놀러 갔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말라위 호수는 내 말라위 생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Salima, 살리마

살리마는 수도인 릴롱궤에서 차로 약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어 당일치기나, 주말에 1박 2일로 많이들 가볍게 다녀오는 여행지이다. 내가 처음 접한 말라위 호수는 살리마였는데, 차에서 내려 쨍한 파란색으로 빛나는 살리마의 호수를 처음 보자마자 연신 '꺄악'소리를 지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태까지 내가 경험한 호수는 정적인 느낌에 잔잔한 표면을 자랑했던 것 같은데,  파도가 출렁이는 말라위 호수는 정말 바다처럼 느껴졌다. 살리마는 타 호숫가에 비해 관광객들이 묵는 숙소와 로컬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했다. 그래서 (해변가, 아니) 호숫가를 거닐며 어촌마을 주민들의 삶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호수는 어촌마을 주민들 삶의 전부였다. 남성들이 배를 타고 나가 낚아오는 물고기는 이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고, 여성들은 호숫가의 물로 빨래를 하며,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한 가지 충격적이었던 것은 빨래를 해서 젖어있는 옷을 모래사장에 그대로 눕혀 말리는 모습이었다. '아니, 그러면 뭐하러 빨래를 한 거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조금 더 관찰을 해보니 강렬한 말라위의 태양 아래 몇 시간만 놔두면 옷이 금방 바싹 마르고, 탁탁 몇 번만 털어내면 모래가 옷에서 말끔히 떨어져 나간다. 물에 젖어서 무거운 빨랫감을 집에 가져가서 빨래 줄에 거는 노동을 하는 것보다 나름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여 정착된 그들만의 노하우일 것이다.



Cape Maclear, 케이프 맥클리어


케이프 맥클리어는 말라위 호숫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다. 이곳에서만 말라위 호수의 경이로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라위 호숫가는 지형상 서쪽을 등지고 있는 구조여서 일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하지만, 유일하게 호수 쪽으로 튀어나온 모양의 곶에 위치한 케이프 맥클리어에서는 뉘엿뉘엿 져가면서 호수를 붉게 물들이는 황홀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관광지답게 lodge 등의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일 년 내내 관광객들로 붐벼 여행의 느낌을 물씬 즐길 수 있는 곳이다.


Nkhata Bay, 은카타베이

은카타베이는 말라위 북쪽에 있는 호숫가인데, 수도 릴롱궤를 중심으로 4-5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다. 말라위의 호숫가는 경포대, 해운대와 같이 관광 지구가 형성되어 있다기보다는 몇몇 유명한 숙소를 중심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구조다. 은카타베이에는 마요카 빌리지 (Moyoka Village)가 제일 유명한데, 이곳의 호수는 모래사장이 아니라 암석들로 둘러싸여 있어 색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살리마, 케이프 맥클리어의 호숫가가 바다 같은 느낌이었다면, 은카타베이는 계곡에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특유의 자연환경이 주는 한적함이 좋았다. 복잡한 생각 및 감정을 비우기에도 좋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기에도 좋은 최적의 환경이어서 한국에 돌아가기 전 말라위 생활 회고를 위해 혼자 다시 방문하기도 했던 곳이다.


호수에서 특별하게 하는 것은 없었다. 그저 수영하고, 뜨거운 태양이 쬐는 햇볕 아래 모래사장에 천을 깔고 누워 적신 몸을 말리며 책을 읽고, 그러다가 배가 고파지면 토마토 치킨카레와 햄버거 등의 음식을 먹고, 그러다가 또다시 물에 들어가는 단순한 사이클이 반복될 뿐.


수도 릴롱궤에서의 삶이 지치거나, 지루해서 도망치듯 달려갔던 말라위 호수에서 나는 자연의 위대함과 단순함의 미학 배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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